해가 뜨면 사라져 버릴 압구정 사거리 적막한 밤거리에 새겨지는 메아리. 그대 과거를 잊었는가?
사라지는 빛 조각으로 도시공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아티스트 최영환 개인전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과거를 잊은 도시: 기억되지도, 잊히지도 않는>에서 최영환은 전시공간이 위치한 압구정동 사거리의 길 위에 인공 빛을 반사시켜 시장이 잠든 ‘밤’이라는 시간대에 일시적 텍스트를 만드는 공공미술작업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일련의 작업으로 시카고에서 선보인 <설리반 빌딩과의 대화>와 최영환은 카뮈의 에세이에서 가져온 <과거 잊은…>이라는 문구를 압구정동 사거리의 길에 새긴다. 800여 개의 작은 거울 패널에 도트를 만들고, 그 도트들이 모여 글씨를 만든다. 인공광에 의해 밤에만 비춰지는 이 산란한 문구 속에 도시의 활기가 사그라진다. 전시장을 마주한 백화점은 20시에 문을 닫고 압구정 사거리는 낮의 떠들썩함을 가라앉힌 채 적막해 진다. 시장이 드디어 잠에 빠져든다. 작가는 이 전시에서 ‘과거’라는 개념을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의 건설을 위해 소모되었고 여전히 소모되고 있는, 잊혀진 개인들의 일상이라 말한다. 카뮈는 ‘개인의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했던 소설가이다. 카뮈의 탐구는 우리가 서울에서 겪는 도시화의 비인간적 과정을 비평하는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 최영환은 모더니즘에 주목한다. 그에게 모더니스트란 유토피아적 이상향을 추구했던 20세기 초 유럽인들이다. 서울의 대형 아파트 단지와 초고층 빌딩들은 과거 유럽의 모더니스트 건축가들이 추구했던 ‘효율성이라는 이상향’의 한국 버전이다. 모더니스트인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 그 끔찍한 과거와 단절하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필요를 느꼈다. 그 근간으로 건축가들이 제시한 것은 효율성이다. 효율성은 물리적 공간을 수직으로 확장하여, 무수히 많은 고층빌딩(사무공간)과 고층 공동주택(주거공간)을 만든다.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이 갈구했던 물질과 시간의 효율적 배분은 서울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욕망 속에 가격으로 환산되고 치밀하게 계산된다. 강남의 사각형 콘크리트 아파트와 네오클래식한 백화점 건축은 그 욕망의 상징물이자 끝없이 욕망을 부추기는 기재로 기능한다. 최영환은 이번 작업에서 하나의 자기 모순을 발견한다. 도시화가 자아낸 인간의 비극적 실존에 대해 미학이라는 ‘순수’ 가치를 통해 비평한다해도, 도시를 지탱하는 주자원인 전기 에너지가 그의 작품 속 텍스트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생생한 반상품화의 상징이 될 뻔 했던 <과거를 잊은…>이라는 텍스트는 갑자기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만다. 도시인의 욕망이 갖는 허무함에 대해 소리치지만 그 울림은 다시 도시의 욕망 속으로 빠져들어 사라진다. 끝을 모르고 생겨나는 더 크고 더 높은 고층빌딩에 싸여 태양 빛을 볼 수 없는, 과거는 사라지고 미래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현실의 좌절과도 같다. 최영환은 과거 태양 빛이라는 전생태적 자원을 활용해 특정시간과 장소에 하나의 텍스트가 보여지고 사라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2010년 시카고에서 작가는 머리와 가슴 부위에 100여 개의 거울 패널을 부착시킨 흰색 우주복을 입고 작가는 마천루 사이를 걸어 다녔다. 거울 패널은 화려한 마천루 사이를 뚫고 길에 내려오는 태양빛을 반사시켜, 거대한 모더니즘 건축 외벽에 움직이는 빛 조각들을 그린다. 전시 안내
오프닝: 2014년 9월 20일 오후 7시 전시 기간: 2014년 9월20일- 10월 11일 화-토 오전10시-오후 6시 / 일,월, 공휴일 휴관 전시 기획 및 장소: 코너아트스페이스(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80-6 제림빌딩 1층) 오시는 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5번 출구 바로 앞 지원: 서울시립미술관
오경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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