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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인디안스~ 파이팅~!”
경기도의 한 허름한 야구장에서 파이팅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하나, 둘~ 인디안스~ 파이팅~!” 똑같은 유니폼에 멋있는 글러브를 각자의 손에 낀 사회인 야구팀의 함성이다.
5월의 어느 일요일 오전 6시 반 동녘에서 떠오른 태양이 아직 그 기운을 뽐내기도 이른 시각 OO 물산 김 부장, A 건설 박 과장, B 은행 이 대리, 어젯밤 늦게 호프집 문을 닫고 서너 시간 쪽잠을 자고 나온 최 사장 등 15명 모두 주중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소임을 다하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사회인 야구팀의 일원이다. 오늘 인디안스와 경기를 치르는 백화이어 팀은 그동안 전적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만만치 않은 팀이다. C 산업의 한 실장은 ‘인디언스’ 감독으로 오늘 선발진을 짜는데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보다 더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피자집 아르바이트생 정 코치는 경기 전 열심히 펑고를 치며 선수들을 다그치고 기운을 불어 넣는다. 경기 시작과 함께 2루수 김 부장의 평범한 땅볼 실책으로 첫 주자를 내보내면서 실점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인디안스의 선발투수 김 코치의 안정적인 투구로 이닝을 마무리하며 위기를 모면한다. 이후 타선의 집중력을 발휘한 인디안스팀이 경기의 승리를 가져간다. 2014년 9개 구단체제에서 800만 관중을 끌어모았던 프로야구는 이제 10개 구단 체제에서 곧 천만 관중의 시대를 앞두고 있다. 1982년 출범이래 이만수의 홈런과 박철순의 파이팅 넘치는 피칭을 보면서 자란 초등학생 아이들이 30여 년이 지난 현재 자녀들을 데리고 야구장을 찾아 천만 관중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또한, 보는 야구에서 직접 즐기는 야구를 위해 유니폼을 맞춰 입고 자신들의 못다 이룬 야구선수의 꿈을 펼치듯 매주 주말 슬라이딩을 하면 온몸에 흙 범벅이 되고 무릎이 까지는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와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2012년도 전국 사회인야구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사회인야구팀 15,000여 개, 동호인 수 400,000여 명으로 추산되며 약 300여 개의 리그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여 온 점을 고려하면 2015년 현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동호인 야구팀과 동호인들이 사회인 야구를 즐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게는 한두 개, 많게는 서너 개의 리그에 가입되어 있는 필자를 기준으로 하면 사회인 야구는 조기축구회와는 달리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프로야구와 마찬가지로 1년 동안 주말 리그전을 펼치며 연말 플레이오프 시리즈까지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 개의 리그에 가입하는데 필요한(가입비) 비용은 팀당 200만 원에서 많게는 350만원 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선착순 모집, 전년도 가입 우선 등의 이유로 인해 리그에 가입하지 못하는 동호인 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인 야구팀이 리그 운영과 경제적인 규모를 단순 산출해보면, 팀장 연간 리그가입비 250만원 X 15,000팀 = 375억 원, 동호인 개인별 소비금액 (유니폼, 장비 등 구매) = 30만 원 X 400,000명 = 1,200억 원으로 년간 1,500억 원 이상의 경제 규모임을 짐작할 수 있다. 「2014 전국 야구장 백서」에 의하면 사회인 야구를 할 수 있는 운동장의 수는 2014년 현재 360개로 300개의 전국리그 숫자와 비슷하다. 이는 전국의 축구장수 900여개(영등포 생활야구협회 포함 일부는 축구장을 개조하여 야구장으로 사용)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최근 급증하는 동호인 야구인들의 여가 활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대다수 성인남성의 스마트폰 속에는 야구(프로야구 포함)와 관련된 앱 혹은 게임 등이 깔려있다. 이렇듯 높아져 가는 야구의 인기와 사회인 야구팀의 활성화를 위해 이제는 우리 영등포구는 물론이고 각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야 할 때이다. 15,000여 개의 사회인 야구팀과 400,000여만 명의 야구 동호인을 위한 정책과 지원을 기대하며 사회인 야구로 인한 경제적인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27일(수) 발행되는 주간 영등포시대 창간준비호 8면에도 실렸습니다.>
박재선 시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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