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중립성을 위해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에 대해 영주권 문제를 제기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 하여,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자마자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과 새누리당, 그리고 일부 언론 등 이른바 보수진영에서 기다렸다는 듯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다시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 비약일 뿐만 아니라 선거결과를 부정하는 행위이고,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무책임한 행위이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감직선제 도입에 앞장섰던 교총은 왜 갑자기 입장 바꿔 직선제 폐지하자고 할까? 이들은 왜 틈만 나면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할까? 곽노현 교육감이 기소됐을 때, 작년 교육의원 제도 존폐 문제 다루는 정개특위 때, 그리고 6·4선거에서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됐을 때에 이어, 필자가 기억하는 것만도 벌써 네 번째이다. 그런데 교육감직선제 폐지하자는 목소리에, 다시 말해 교육자치의 흐름을 역행하는 이런 주장에 헌법소원을 추진하는 등 교원단체인 교총이 그 논의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게 참으로 창피하고 개탄스럽다. 작년 정개특위 때도 교총이 ‘제한적 직선제’ 등 현실성 없는 엉뚱한 주장을 하는 대신, 교육의원제 존속에 매진했더라면 과연 교육의원제가 없어졌을까? 결국, 교육의회가 없어짐으로 교육자치의 절반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아니하였는가? 교육의원제의 변천 과정을 보면 정치적 변화과정과 궤를 같이해왔다. 과거 1, 2공화국 때는(심지어 전쟁 중에도) 교육의원을 선출했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시·도교육위원회가 폐지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이후 1991년 시·도교육위원회는 심의의결기구로 부활했다. 이런 변화과정은 교육의원제가 정치적인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 이후 부활한 제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교육의원제의 폐지는 단순히 교육자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역사적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짓밟힌 교육의원제가,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에 또다시 짓밟히는 운명을 맞이하고 말았다. 교육감 선거는 임명제에서 간선제를 거쳐 직선제로 발전해왔다. ‘임명제’와 ‘간선제’의 폐단과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보완하고, 아울러 민주화라고 하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2006년 12월, 여야 합의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직선제’가 도입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교육감직선제는 사실 알고 보면, 교총이 앞장서 요구한 제도였다. 교총은 2000년대 초부터 줄곧 교육감직선제 쟁취운동을 펼쳐왔다. 교총은 교육감직선제로 가닥이 잡힌 지난 2004년 12월 29일 보도자료에서 “교총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대로 교육감 선거가 주민 직선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시대의 변화와 주민의 선출권 보장을 통한 교육 참여라는 원칙에 상응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는 성명서까지 냈다. 이렇게 교육감직선제에 앞장섰던, 더 나아가 구청장 격에 해당되는 교육장(지역지원청의 수장)까지 선출직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던 교총이 돌연 태도를 바꿔,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자고 하니 ‘자기모순과 자기부정’, ‘이율배반’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교총은 지금이라도 왜 입장 선회를 한 것인지 명확한 사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감직선제 폐지가 교총 지도부의 의견인지, 교총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공식 의견인가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교육감 직선제로 인해 학교 현장과 모든 구성원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다”며 지난해 8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교육의 중립성을 위해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 훼손을 막기 위해 교육감직선제가 도입됐다는 사실을 망각했거나, 귄위주의 시대가 그리워 그 시절도 회귀하자는 주장으로, 지나가는 개와 소가 웃을 일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삼권 분립 국가이다. 그러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정신이나 그 취지를 고려하면, ‘입법·사법·행정’에 ‘교육’을 더해 사실상 4권 분립을 지향하고 있다. 이 헌법적 가치에 부응하기 위해 현재 교육자치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세계 200여 개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다. 역시 이 조항을 근거로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교직원들에게 정치기본권, 다시 말해 정당에 가입하거나 후원하거나 출마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대신 교육자치를 허용하고 있는 셈인데, 따라서 행정자치와 교육자치가 양대 축이라면, 교육자치를 더욱 확대해 나가도 부족한 마당에 교육의원제 폐지에 이어 이제는 그나마 반쪽밖에 남지 않은 교육감직선제마저 폐지하자는 것은 ‘교육자치의 문을 닫자’는 소리요, 중대한 ‘교육주권 훼손’이며, ‘교육주권 반납’, ‘헌법 정신 유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부디 교총은 지금이라도 초심을 회복하여 예전처럼 교육자치 신장과 확대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공동대표의 특별기고로 “정치적인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 이후 부활한 교육의원제도”에 대해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영등포시대 5월 27일 자 9면에도 실렸습니다.
김형태(교육을바꾸는새힘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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