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특별기고 2]중앙정부와 새누리당은 왜 교육감 직선제를 싫어할까?
  • 입력날짜 2015-06-03 09: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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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새 힘’ 준비위원회와 국회 혁신교육포럼 공동주최 ‘대한민국 교육문제 심층진단 및 대한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형태 전 서울시 교육의원이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3월 4일 국회)
‘교육을 바꾸는 새 힘’ 준비위원회와 국회 혁신교육포럼 공동주최 ‘대한민국 교육문제 심층진단 및 대한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형태 전 서울시 교육의원이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3월 4일 국회)
중앙정부와 새누리당은 틈만 나면 교육자치를 축소, 일반자치에 종속시키고자 한다

교육자치를 먹음직스러운 하나의 떡이나 파이로 보는 탐식성이 그들에게서 보인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산하 교육자치소위원회는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에 뒤질세라 새누리당도 직선제 폐단을 거론하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를 하나로 묶어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교육감 임명제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는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검은 속내와 정략적 꼼수가 숨어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육감과 교육의원 직선제 도입 과정까지, 거대한 민주화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자치를 확대했더니, 무상급식, 혁신학교, 인권조례 등 민심을 반영하고 시대를 선도하는 각종 혁신정책이 예상보다 국민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특히 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곳까지 진보교육감들이 당선되자 안 되겠다 싶어 이를 되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교육자치 실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몇몇 진보교육감들을 표적 삼아, 모난 돌 취급하여 어떻게든 흠집 내고 찍어내려 하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의 1심 유죄판결은 참으로 유감이다.

당시 선관위가 주의 조치로 끝냈고 경찰 역시 무혐의로 결론 낸 사안에 대해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딱 하루 앞두고 전격 기소했다. 이런 석연치 않은 정황은 이 사안이 단순한 선거 사안이 아니라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게 한다.

솔직히 말해, 후보 검증 차원에서 영주권이 있는가 의혹 제기한 것을 가지고 교육감직까지 상실시키려 하는 것은 누가 봐도 과도하다고 본다. 비유하면, 과태료 부과로 충분한 사안을 신호위반 한번 했다고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셈이다.

이런 식의 잣대라면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 등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 있는데도, 1심 판결을 끝나기 무섭게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운운하는 것도 신사적인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지난해에도 6.4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자,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단체는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고 제도 자체를 없애자고 나선 것은 누가 봐도 속 보이는 발상이자, 기가 막힐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논리라면 야권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대통령직선제도 폐지하자고 할 것인가?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정부와 여당이라면 선거 결과와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고 따라야 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처럼, 선거를 치르기 전후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안은 정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교육감임명제’와 ‘러닝메이트제’야 말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통해 교육자치를 실현하라는 그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좋은교사운동’의 성명서 내용처럼 “교육부가 교육감을 임명하게 되면 정당의 후보로 당선된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사람이 임명되기 때문에 정권의 정치적 성향에 강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예전처럼 다시 교육감 자리가 정치권의 논공행상 대상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고, 또한 학교 교육이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마저 농후하다.

다시 말해, 교육감임명제 주장은 교육부가 중앙집권적으로 틀어쥐고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던 과거의 관료제 교육감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역사적 퇴행을 의미한다.

그리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 역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다. 이들은 정녕 1991년 지방자치가 시행되면서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방교육자치법을 별도로 제정한 이유를 모른다는 말인가?

지방자치단체장과 러닝메이트제는 투표율을 올린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교육계가 한바탕 ‘정치마당의 회오리’에 빠져들 게 불을 보듯 뻔하기에 수용하기 어렵다. ‘좋은교사운동’도 그 성명서에서, “단체장과 러닝메이트제로 선출할 경우 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종속되게 된다.

현 교육감 선거가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지는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원인이 되는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 대립 구도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지 그나마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없애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일갈하고 있다. 그리고 러닝메이트제에 의해 단체장과 교육감을 선출했을 때, 단체장이 중도에 하차하면 교육감은 어떻게 되는가? 과연 이런 부작용과 폐해를 생각하면서 러닝메이트제를 주장하는지 의문이다.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걸핏하면 외국 선진국 중에 교육자치를 허용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무지한 까닭이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외국 선진국들은 교육자치를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정치기본권을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소위 교육선진국으로 불리는, 여러 유럽 국가는 학생 때부터 정당에 가입하여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한다. 스웨덴 나카시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20대의 젊은 여성으로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한 사람이고, 오스트리아의 경우, 27세의 대학생을 외무부 장관으로 발탁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지 않았는가?

독일의 경우, 14세면 정당 소속 청년회에 가입하고, 16세부터 당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이처럼 OECD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도 교직원의 정치기본권을 금지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가운데 유일하게 교직원의 정치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교육자치를 뺏고 싶으면 정치기본권을 먼저 허용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공동대표의 특별기고로 “정치적인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 이후 부활한 교육의원제도”에 대해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영등포시대 5월 27일 자 9면에도 실렸습니다.

김형태(교육을바꾸는새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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