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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탄생에 기여하고, 몇 달 전까지 새누리당에 공천신청을 하면서 충성하던 사람이 버젓이 야권단일후보협상 대표로 나섰다는 게 상당히 불쾌했다. 잔뜩 부풀었던 기대가 순간적으로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요즘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을 보는 나의 시선이기도 하다.
안철수 캠프 단일후보협상 대표 이태규 © 이태규 타임라인 이미지 캡쳐
친노의 일원이라는 백원우 전 의원에 대해 호감이 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안철수를 대표해 협상 테이블에 나선 이태규를 향한 그의 비판은 맞다고 본다. 후보자를 대신해 야권 단일후보협상을 맡는다는 것은 막중한 자리인데, 아무리 사람이 없기로서니 이명박 정권 당선에 기여를 한 인물이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안철수의 정치개혁과도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정치개혁은 기존의 기득권을 내려 놓자는 데 있다. 그런데 기득권을 누리고 싶어 권력을 쫓는 사람을 중용하는 것은 안철수 후보의 자가당착에 불과하다. 16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도 지적했듯 협상단에 친노세력이 있는게 문제라면, 적어도 그 보다도 못한 이명박 정권에서 혜택을 입고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되기를 원했던 사람을 협상대표로 내세우는 건 한마디로 코메디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저런 정치인식으로 집권했을 경우 어떤 인사가 나올지에 대한 부분이다. 권력을 쥐게되면 그 주변으로 수많은 부나방들이 들끓게 된다. 제대로 된 검증을 통해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당장 내게 필요하다고 자격도 안 된 사람을 국정에 내세울 수가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되는 수준이다.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성식 전 의원에 대해서도 아무리 개혁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달갑지가 않다. 그 역시도 이명박 정권 창출의 공신이다. 그는 지난 18대 국회에서 집권당 의원으로 한나라당에 힘을 보탠 사람이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서기도 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했다고는 해도 새누리당은 그의 지역구에 무공천을 통해 김성식 후보를 지원했다. 사실 이명박 정권 탄생이 기여한 이들은 반성하고 참회하며 근신해야 할 인물들이다. 야권 후보로 대통령이 되려는 인물의 선대본부장을 맡고 협상대표로 나서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이 진정성을 보여 왔다면 모르겠으나 그런 것도 아니다. 일례로 문재인 캠프 김부겸 선대위원장이 한나라당 출신이지만 크게 의미를 두는 사람이 없다. 오랜 시간 보인 진정성 덕분이다. 같은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전 대표도 대선후보경선에서 떨어졌지만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성식 전 의원이나 이태규란 사람이 개인적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고 도울 수는 있다. 백의종군의 자세로 안철수를 지원할 수 있기에 그것까지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선거 캠프의 중책을 맡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안철수 후보가 말하는 새정치에 대입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안철수 후보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논란을 일으키게 만들고 있는 사안이다. 상대의 구태정치를 지적하며 새정치를 외치기에 앞서 내 안의 구태정치를 먼저 제거하는게 새정치가 아닐까? 이명박 정권의 공신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안철수 캠프의 모습에서 우려를 느끼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김성식과 이태규가 '새로운 정치'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보는 것인지, 후보자가 가진 정치 철학에 마땅한 인물들인 것인지 안철수 후보의 생각이 궁금하다.
성하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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