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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 전라북도 김승환 교육감•김형태 전 서울시 교육의원 누리과정이 시사하는 교육문제, 시행령 국가로 전락한 대한민국
대통령 공약, 교육감이 해결?
엄연히 교육과 보육이 분리돼 있다. 유아교육법 적용을 받는 유치원은 교육기관으로 규정돼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지만 영유아보육법상 보육은 보건복지부 소관이고, 그 권한이 시도지사에게 위임돼 있기에 어린이집은 현재 시도지사의 지도 감독을 받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어린이집 아동 보육·교육 통합과정(이른바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 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영유아보육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혼란스러워졌다. 아래는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누리과정’ 논란. 그 중심에 서 있는 김승환 교육감과 대담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불만의 소리 이유 있어… 오해 풀 것” ▶‘누리과정’이라는 용어부터 설명해 달라. ▶“박 대통령이 공약한 내용인 만3~5세 어린이집 무상 보육해주겠다는 것. ‘누리’라는 프레임에서 탈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새누리의 누리인데, 정권 차원에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고, 시행령 통해 지방 교육 예산으로 떠넘겼다. 정권의 부도덕성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한동안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편성 못 하겠다고 중앙정부와 각을 세웠다. 즉 ‘무상보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청이 빚을 내 편성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는데? ▶“영유아보육법시행령 등은 법률에 위반되는 시행령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르면, 교육청 재원은 교육행정기관에만 쓸 수 있게 되어있다. 다른 곳에 지출하면 업무상 배임이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교육감이 법률 위반할 수 없지 않나.” ▶지지하는 여론과 성토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지난 5월 전북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어린이집 문제는 박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다. 김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편성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직접 나서 김 교육감의 퇴진을 요구할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어린이집 관할과 유치원 관할이 다르다. 관할이 다른데 어떻게 차별이라고 하나. 특히 전북 어린이집 아이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것은 억지고 허위 사실이다. 월 22만 원의 보육비는 계속 결제되고 있다. 제발 사실에 근거해서 공격했으면 좋겠다.” “다른 교육감 이해, 설득시키고 있다” ▶지난 6월 25일 기자회견에서“새정치민주연합이 누리과정 논란의 근원인 시행령 폐기를 위해 국회 차원의 법률적 해결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약속이 있었다”고 했는데, 과연 이 약속이 지켜질까? ▶ “정부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국회는 시행령에 대해 통제권을 가지고 있고, 그 통제권을 유효 적절히 행사하면 된다. 현재 상태의 국회법으로도 얼마든지 시행령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있다. 국정감사권, 대정부질문권, 상임위 출석 답변 요구뿐만 아니라, 입법권 침해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 권한 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기자회견에서 “다른 시도교육감들과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매우 다른 양상이 나올 것이며 아주 강한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과연 다른 교육감들이 공동전선을 형성해 주리라 보는가? ▶“이대로 가면 지방 교육 재정은 파탄 난다. 그것을 정부도 잘 안다. 현 정권은 그것을 기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 13명 중 10명 정도는 함께 해주리라 믿는다. 이 사안으로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하여, 교육감들을 압박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없다. 직무유기죄로 고발도 못 한다. 다른 교육감들을 이해, 설득시키고 있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문재인 대표가 만나 몇 가지 합의를 한 것으로 안다. 어떤 내용인가? ▶“첫째,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둘째 누리과정 예산 파행은 법률을 위반한 시행령 개정에서 비롯됐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법률 정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셋째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 확보 방안과 지방교육재정 확대를 위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력하기로, 마지막으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을 내국세 총액의 20.27%에서 2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데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대통령 권력이 3권 통할, 교육에도 엄청난 악폐” ▶박근혜 정부 들어와, 법률에 근거하지 않거나 법률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이 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도 그렇고, 무상보육 재정 부담을 교육청에 전가한 영유아보육법시행령도 그렇고, 또 어떤 시행령이 있는가? ▶ “출발은 이명박 정부였다. 먼저 교육감이 갖고 있던 자사고 등에 대한 재지정 결정 권한을 교육부 장관에게 넘겨준 시행령이다. 교원평가도 시행령이다. 일제고사는 또 어떤가? 일제고사의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조항을 국회가 만들 때 전수 평가하라고 만든 것은 아니다. 학생부 학교 폭력 기재는 시행령도 아니고 장관의 훈령으로 끝내 버렸다. ‘내부형 공모 교장’의 효과가 크자, 내부형 공모제 역시 시행령으로 사실상 막아버렸다. 장학관과 교육 연구관의 임용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교육 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한 것도 그렇고... 한둘이 아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른바 “진보 성향의 교육감” 옥죄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이를 두고 “상위법을 위반한 헌정 문란 행위”라고 했고, 김 교육감도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에서 시행령 국가로 전락해 버렸다”고 했는데? ▶“법치 국가의 핵심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또 하나가 사법권이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헌법과 법률을 무력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에서 시행령 국가로 전락해 버렸다. 헌법 21조에서 보듯 집회의 자유는 허가제가 될 수 없음에도, 경찰권 행사하는 것을 보면 사실상 허가제다. 헌법 질서가 이미 무너진 상황에서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겠는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방 교육 자치를 사수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본다. ” ▶곽노현 교육감의 “대통령이 법률에 명확한 위임과 근거가 없는 대통령령을 제정할 경우 입헌 법치주의, 특히 권력 분립 원칙은 작동할 수 없다. 이 경우 법률 위에 대통령령을 세우고 법 위에 대통령을 세우는 셈이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규범 체계는 ‘헌법-법률-시행령-시행 규칙’으로 내려가는데, 현재는 맨 위에 ‘대통령령이 있다. 이는 헌법 파괴 행위다. 대통령이 직무 집행 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면 헌법 62조에 의거 탄핵 사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행령으로 헌법이나 법률을 짓밟지도 않았는데 탄핵당했다. 삼권 분립 국가의 핵은 집행권도 사법권도 아니고 입법권이다. 그래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를 대의 기관이라고 하는 것이다. 국회가 입법권 유린 차원에서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노동, 금융, 공공, 교육, 4대 개혁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 한시도 미룰 수가 없는 시급한 과제들”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교육개혁’을 강조하면서 왜 교육 자치를 훼손하려 할까? ▶“교육 자치를 이대로 못 봐주겠다, 그런 뜻이라고 본다. 일례로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권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등 지난 대선 공약은 분명히 개혁이었다. 그러나 학생 수 줄었다고 교육 예산 빼면 되나. 학생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지. 미국 등 선진국은 교실에 교사 2명이 수업을 진행하고 2명 모두 정교사더라. 차라리 솔직했으면 좋겠다. ‘교육 개혁’이라 하지 말고 ‘교육 개악’하겠다고.” 4, 5명의 교육감만이라도 거부했더라면… ▶13개 지역에서 ‘진보교육 벨트’ 가 형성됐음에도 지난 1년 “진보 교육감 사이의 협력과 연대가 부족했다” 거나 심지어 “무기력했다”는 질타까지 쏟아진다. 왜 교육감협의회가 한목소리로 내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린이집 무상보육은 무력했다는 것 인정한다. 최소한 4, 5명의 교육감만이라도 연대해서 거부했다면 정부도 손들었을 것이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교육감들이 각개 약진했다고 볼 수 있고, 호남과 영남이 분위기가 다르듯 지역적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분할 통치를 잘한 것 같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최근 교육감들이 이제라도 더 이상은 안 된다. 무력하게 당했다’는 반성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국가교육위’처럼 교육정책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교육감협의회가 얼마든지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의지만 있으면 교육 정책과 교육 의제 낼 수 있다고 본다. ‘아, 교육 정책 바로 저거다’라고 국민이 공감대 형성하면 국회도 법률 작업할 수밖에 없고, 정부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초중고 교육과 대입 제도의 불일치가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대입제도 개선’ 등도 교육감협의회가 연구 작업할 수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과 보수 진영은 마음이 급한 듯하다. 3개월 동안 전국 순회 토론을 열고 교육감 직선제와 관련한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한다. 교육감 직선제 등 교육자치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오랜 관행상 선거법 관련 조항은 여야가 합의해야 개정할 수 있다지만, 현재 정부 여당이 하는 것을 보면 얼마든지 이 관행을 깰 수 있다고 본다. 날치기해도 헌재가 합법화해줄 테니 절대 개정할 수 없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극우 보수 정권 차원에서 이 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 필자가 느끼기에 김승환 교육감은 ‘부드러움과 강함, 따뜻함과 올곧음’의 양면성을 다 지녔다. 대학교수 시절, 학생들은 “김승환 교수는 좋고도 무서운 분”으로 기억한다. 직선 교육감 2기 전북교육 비전은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 공동체’다. 1기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더 가고 싶고 더 행복한 교육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플러스를 강조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학교자치조례 제정> 추진 중인 김승환 교육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대담 및 정리 : 김형태 전 교육의원
강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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