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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열정에 지자체의 체계적 지원이 빚은 대안 공간 산 없는 영등포구의 또 다른 녹색 대안으로 자리잡아
“ 텃밭 없애지 말라고 구청장님께 건의해 주세요” 농작물을 돌보고 있는 어느 주민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 순간 움칫 손길을 멈추며 시선을 마주했다.
‘영등포시대 신문사에서 텃밭 이용 실태를 <창간호>에 싣기 위해 취재 나왔다’고 운을 뗀 기자에게 건네온 첫 외마디다. ‘왜? 이 제도가 없어지기라도 한다던가요?’ 라고 묻자 집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손수 텃밭을 가꾸는 재미와 보람이 가득한 데 행여 없어질까 하는 기우가 있다면서 지레 예찬 한다. 문래공원 인근 국화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성미(46세) 씨는 거의 매일 30분 ~ 1시간 가까이 텃밭을 가꾸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귀띔해 준다. 5:1의 경쟁률을 뚫고 텃밭을 분양받고서 도시 농부 수업 15회차 강좌를 수료한 후 올해 첫 농사를 지은 새내기 도시 농부다. 평소 채식을 즐겨 하지는 않았는 데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생산한 채소들에 대한 애착이 생기면서 풍성해진 친환경 농작물의 상차림에 본인 자신도 놀라며 자연히 채식주의자로 변해 가더라는 것이다. “텃밭에 나오면, 우선 온도와 공기가 다름을 느낄 수 있어요. 김매고, 곁순치고 물주며 작물들과 대화하는 매 순간이 힐링의 시간이에요.” 말하며 작물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손길을 분주히 움직였다. 땅에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땅콩, 부추, 상추, 들깨 작물에다 목화와 봉숭아도 1그루씩 심고 아파트 생활에서 체험하지 못한 도시 생활의 매우 고단한 생채기를 떨쳐 내는 모습이 평화로웠다. 마침 신길 3동 소재 <신나는 어린이집> 19명의 아이도 선생님 안내를 받아가며 체험 학습에 열중이었다. 텃밭 쉼터인 영등포목화마루에서 만난 영등포구 노인상담센터 노인 상담사회 홍인식 회장님과 노인상담사 김현수 씨는 또 다른 봉사의 손길을 텃밭 농사를 통해 일구어 내고 있었다. 수확한 채소들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쪽방촌 홀몸 노인들에게 배달해 주기도 한다며 텃밭 공동체 생활의 묘미를(지혜를) 더 넓고 깊게 여럿이 나누고 공유하는 삶의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이 텃밭은 경작자들의 즐거움만은 아닌듯하다. 인근 벽산 메가트리움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봉길(62세) 씨는 창문만 열면 바로 창밖 넘어 농사짓는 목가적 풍경에 유년의 농촌시절을 돌아보곤 한단다. 모범 경작자 12명을 선발하여 10가구 단위로 경작 멘토링 체제를 도입한 문래동 공공용지 도시 텃밭은 주민들에게 도시 농업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구민 정서 함양 및 이웃 간 공동체 형성에 기여 하고자 3,964㎡(1,200여 평)을 조성하여 매년 4.1 ~ 11.30 (8개월 간)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132가구와 40개 공공단체가 경작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관내 28개 공립, 민간 어린이집이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야기가 있는 문래 목화마을 가꾸기 사업의 목적으로 목화밭이 조성되어 있다. 무농약, 무비닐, 무화학비료 농업을 실천하는 친환경 텃밭으로 운영되는 이 사업은 매년 2월 하순부터 3월 초순에 경작자 모집 신청을 받고 무작위 전산 추첨을 통해 경작자를 선정한다. 경작자의 열정에 지자체의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지원이 버무려져 탄생한 문래 공공용지 도시 텃밭은 산이 없는 영등포에 또 다른 녹색 공간의 대안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도시 텃밭 주변의 아파트 조경수 사이에서 시원한 매미의 울음소리가 한낮을 더욱 건강하게 일군다. 류성주 시민기자
강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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