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 IMF 때보다 더해 “이제 한숨만 나옵니다”
  • 입력날짜 2015-09-14 16: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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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전통시장 상인, 정치인 “수첩에 적어가면 끝이다”
9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영등포전통시장 ⓒ영등포시대
9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영등포전통시장 ⓒ영등포시대
영등포전통시장 상인도, 거리의 노점상도 하나같이 “장사가 안돼 먹고 살기 힘들다”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바닥이다(50%~70%까지 줄었다)며 한숨을 몰아쉰다.

2015년 9월, 추석을 20여 일 앞둔 9월 7일(월)부터 9일(수)까지 3일 동안 IMF 때 보다 더 경기가 좋지 않다고 주장하는 영등포전통시장과 거리의 노점 상인들을 직접 만나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와 상인들이 제안하는 해결방안을 가감 없이 영등포시대 독자들에게 전한다.

한때 영등포구 명물로 자리매김했던 영등포전통시장(영등포동 5가 소재 350개 점포) 취재를 위해 오현숙 홍보이사와 함께 찾은 7일 오후 시장 안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가끔 점포 안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정적을 깨고 어쩌다 손님이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영등포에서 29년 동안 장사를 해왔다고 밝힌 슬지네김 박미준 씨는 일, 월 매출을 묻자 “(긴 한숨을 몰아쉰 후 힘없는 목소리로) 매출이 50% 이상, 70%까지 떨어지는 날이 허다하다”며 다시 한숨을 내뿜는다.

일일 매출을 밝혀달라고 재차 당부하자 “장사가 잘 될 때는 30~40만 원을 웃돌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에 10만 원, 8만 원도 만져보기 힘든 날이 많다”고 말하고 “그래도 저희 같은 장사는 김이니까 겨울에는 좀 나은 편이다”며 애써 태연하게 웃어 보인다.

7일부터 9일까지 인터뷰에 응해준 영등포전통시장 박미준, 조경희, 이경만 회장 그리고 77세의 이00 씨의 의견이 대동소이하여 인터뷰에 응해준 분과 그 내용을 사안별로 정리해서 싣는다.

▶영등포전통시장을 경유하는 여의도, 신도림행 버스 유치
영등포전통시장에서 신도림으로 가는 기존 버스노선이 없어진 이후 매출의 감소가 심해졌다. 전통시장 남문과 신도림을 연결하는 버스노선, 전통시장 남문과 여의도를 연결하는 버스노선이 유치된다면 우리 영등포전통시장은 다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남문 앞에 버스정류장이 신설되었으면 좋겠다. (슬지네김 박미준)

▶남문 입구 환경개선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15년째다. 전에는 직원을 2명씩 두고 영업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부부가 해도 한가할 정도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밖에서 보면 우리 시장 입구가 잘 안 보인다. 최소한 우리 시장 간판만이라도 잘 보일 수 있도록 남문 입구만이라도 환경 개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문 앞 도로변의 CCTV를 철거해 우리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주차하고 장을 볼 수 있도록 해주면 우리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책상머리 앞에만 앉아있지 말고 시장에 직접 나와서 현장을 보고 대책을 세워주었으면 좋겠다. (정화유통 조경희)

▶손님이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주차장부족과 주차단속
부족하지만, 남문 큰길 쪽에 유료주차장이 있다. 물론 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정해진 절차를 거쳐 50%를 할인해 준다.

그러나 손님들은 그나마도 번거롭다고 느껴 유료주차장을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주차 환경이 좋은 쪽으로 손님들이 다 빠져나간다. 주차문제로 빠져나가는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전통시장 남문 앞 도로에 주차구획 면을 만들어 준다든지 아니면 시장을 찾는 손님들 차량에 대해서는 최소한 30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이후에 단속했으면 좋겠다. (이경만 상인연합회 회장)

7일과 9일 연속해서 찾아오는 손님에 관해 묻자 “왜 우리 가게만 가지고 그래”라고 묻는 은석상회 이00(77세) 어르신에게 이곳은 시장 입구 쪽이라 매출이 안쪽과 좀 다를까 싶어서요 라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자 “다른 사람들이 다 이야기했을 텐데 뭘, 하여튼 재래시장을 살려야 해”라는 대답으로 체감 경기를 표현했다.

이 밖에도 정부나 지자체의 어떤 정책이 장기불황 타개와 매출 신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기대할 것이 없다” “버티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요” “되는 것이 없는 요즘” “IMF 저리 가라” “정치인들이 똑바로 해야!” “시장 내부의 단합이 먼저” “정치인들이 시장을 방문해오면 애로사항을 전달하곤 한다. 그런데 수첩에 잘 적어가는 것 같은데 그게 끝이다.” 등 글로 옮기기 어려운 말들까지 거침없이 쏟아졌다.

재래시장은 시장 상인회와 상인의 노력, 지자체의 지원 여부에 따라 쇠퇴하느냐 흥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불황에 허덕이는 재래시장 돌파구는 없나?’라는 콘셉트로 시작된 재래시장의 취재는 상인들의 하소연 그 자체가 인터뷰였으며 현재 상황에 맞는 적절한 표현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박강열 기자
정화유통 조경희 대표
정화유통 조경희 대표

박강열 기자(ydp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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