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이라는 괴물, 언제쯤 물러가나
  • 입력날짜 2015-10-08 17:20:46 | 수정날짜 2015-10-08 17: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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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문래동 대한종합비철, 김 대표의 하루
“수입에 대해서는 다시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래동 대한종합비철 김항서 대표
문래동 대한종합비철 김항서 대표
지인으로부터 걸려온 몇 통의 전화뿐 온종일 주문전화는 없었다.
서울 서남권에 있는 영등포역에서 구로역방향으로 이동하면 문래동 공장지대를 만날 수 있다.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철공단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모습이지만 아직도 이곳을 지키고 있는 철재 상가와 철, 비철금속을 판매하며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김항서 대한종합비철 대표가 비철금속 판매업에 뛰어든 것은 1983년도 여름이다. 문래동에서 일찍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형의 사업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후 지난 2008년 7월 문래동 사거리 근처에 문을 열었다.
많은 자본이 소요되는 사업이기에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독립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아내와 상의 끝에 내린 결론이다.

김 대표가 자신의 꿈과 오랜 비결, 그리고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어 희망을 품고 시작한 사업이다. 아직은 조금 더 버텨야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김 대표가 경제 불황이라는 피할 수 없는 괴물을 만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하루 피 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15년 3월 조금이라도 매출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임대료를 30만 원이나 더 주고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모든 것을 걸고 시작한 사업, 대한종합비철 김항서 대표의 문래동의 일상을 동행 취재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가 심해 감기 조심하라는 인사말이 오고 가는 9월 18일(금) 오전 8시 25분 오토바이로 출근길에 오른 김 대표가 문래동 가게에 도착해 문을 열고 전등을 켠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정리한 후 수화기를 들고 몇몇 거래처와 통화한다. 아침 인사 겸 혹시나 오늘 나올 발주가 있는지를 탐색하는 전화다. 그렇게 거래처와 통화를 마친 후 가게를 나선 김 대표는 이웃들과 인사를 나눈다.
문래동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흔적만큼이나 웬만한 이웃은 모두 다 알고 있는 듯하다.
인사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나왔어?. 안녕하세요. 별일 없으시지요? 멀리 있는 사촌보다 이웃 사촌이 더 가깝다는 말이 실감 나는 인사다.

그렇게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김 대표는 상념에 잠긴다. 김 대표의 하루를 취재할 작정으로 나선 기자는 가능하면 질문을 자제하고 일상 그대로를 취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때 정적을 깨며 누군가 사무실로 성큼성큼 올라오다 기자의 낯선 얼굴을 보며 주춤거린다. 그것도 잠시 김 대표와 인사를 나눈 후 두 사람의 대화가 한동안 이어진다.
고객이 아닌 동종업계의 후배다. 두 사람은 업계의 현황과 불경기에 대한 대처방안들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선에서 대화를 마친다.

후배와 대화를 마친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갈 시간이라며 1층 공장으로 내려간다. (참고로 김 대표의 가게구조는 1층에는 판매될 비철들이 쌓여있고 2층은 별도의 공사를 통해 아담한 사무실이 꾸며져 있다)
1층으로 내려가 한동안 작업에 몰두하던 김 대표가 문뜩 작업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확인한 후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물건 납품과 관련하여 일정을 조율하는 듯싶다. 통화를 마친 김 대표는 또다시 작업에 열중이다.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묻는다. 하루에 몇 건 정도 발주를 받으며 월수입은 얼마나 되는지를. 묵묵부답이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후, “오늘같이 납품을 위해 일하는 날이 한 달을 기준으로 한다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며 한숨을 몰아쉰다. 그리고 “수입에 대해서는 다시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김 대표를 향해 재차 묻자 “입에 담기 민망하지만, 미장원을 운영하는 아내에게 도움을 청하는 달이 갈수록 많아져 가장으로서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라는 말을 끝으로 다시 침묵이 흐른다.

김 대표의 걸음걸이는 약간 부자연스럽다. “사업을 시작한 후 가게에서 생긴 두 번의 사고 때문이다”라며 사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준다.
“정말 이대로라면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는 건 아닌지, 가족들 모르게 고민 한지가 벌써 여러 달이 지났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그냥 열심히 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고 밝힌 김 대표의 오전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가게 근처에 있는 타 회사 구내식당을 찾아 점심을 한 김 대표는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전화기를 잡는다. “직접 얼굴 보고 안부도 묻고 사업 얘기도 하면 좋은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얼굴 보고 대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전화로 한다.”며 직접 찾아가지 않고 전화로 안부를 묻는 배경을 설명한다.

그렇게 안부를 묻는 전화와 함께 주문을 기다리며 오후를 보낸다. 김 대표 지인으로부터 걸려온 몇 통의 전화가 있었을 뿐 오후 내내 기다리던 주문전화는 오지 않았다. 주문이 없을 때는 일찍 퇴근해 쉬는 것이 어떠냐는 말에 “그럼 매일 매일 일찍 퇴근해야 하며 출근을 하지 말아야 할 상황”이라며 오후 7시를 넘겨서야 문을 나선다.

문래동에서 중랑구까지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는 것이 위험해 보이는 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미소로 답한 뒤 퇴근길에 오른다. 문래동에서 비철금속을 판매하는 대한종합비철 김항서 대표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 갔다.

대한종합비철을 다시 찾은 9월 30일(수) 오후 김 대표는 이마엔 땀방울, 안면엔 미소를 머금고 울산 거래처에서 나온 발주량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빠른 경기회복으로 문래동의 비철금속판매업체에 웃음꽃이 피기를 기대해본다.

문래동에 산재해 있는 비철 업계의 통계와 전년 같은 달 대비 수치 비교를 위해 한국비철금속협회의 협조를 구했으나 소규모 업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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