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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죽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숨 쉴 사이도 없이 차를 몰아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가는 내내 ‘반쪽만 살아있어’ 라고 외치면서 달려갔지만, 동생은 인공호흡기로 불어넣는 산소에 의지해서 숨만 쉬고 있었다. 아니 죽어 있었다. 긴 세월, 그 긴 세월을 서로 의지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서로의 삶을 존경해주기까지 하던 형제였는데, 그 동생이 말 한마디 없이 떠났다.
죽었던 동생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동생은 과로사였다. 장기간의 직장생활. 직장 안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누구보다 빨리 승진했다. 그게 동생의 사망원인이다. 몇 달 전 칼럼에서 친구의 돌연사를 가지고 한국이 돌연사 1위의 나라라는 글을 썼는데, 오늘 동생의 죽음이 안타깝게도 그 칼럼이 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심장마비였다. 급성 심근경색에 의한 심장마비. 옆에 사람들이 몇 명 있어서 심장을 마사지 했다고 한다. 아마 어디선가 본 심폐소생술을 했나보다. 하지만 당연히 실패했다. 119 구조대가 오는데 10분, 그들이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10분. 20분이 흘렀다. 이미 모든 것은 끝났다. 그 상태에서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서는 다시 심폐소생술을 하고, 그래도 살아나지 않으니, 전기충격을 했다. 기록을 보니 9차례. 전기충격을 9차례나 했다. 그리고서 죽었던 동생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40분. 아! 그럼 한 시간이다. 한 시간 동안 심장이 뛰지 않았는데. 그런 동생의 심장을 의사들은 뛰게 했다. 너무 고맙게도 그랬다. 아마도 내가 도착한 것은 심장이 뛴 직후인가보다. 의사는 저온치료를 권했다. 3%에서 소생한다고. 그중 둘은 식물인간이 되고 하나는 정신이 깨어난다고 했다. 그 3%는 예후가 좋은 경우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제수씨를 보면서 그러자고 했다. 한 시간 동안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은 동생에게 어떠한 치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알면서 그러자고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눈물이 범벅이 된 제수씨의 얼굴을 보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0여일. 동생은 갔다. 왜 의사들은 끝없이 전기충격을 했을까? 심장을 살려서 뭘 하려고. 심폐소생술의 목적은 뇌와 신체 각 부위로 혈액을 보내서 산소를 공급하려는 것이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우리 몸이 버틸 수 있는 산소량은 4분 정도 사용할 분량이라 한다. 4분이 지나면 산소가 부족해진다. 다른 장기와 조직들은 좀 늦게 다시 공급해도 살아나지만, 아쉽게도 뇌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죽기 시작한다. 뇌가 죽으면 아직 돌이킬 방법이 없다. 심장이 멎고 4분이 지나면 뇌는 죽기 시작해서 다시 6분이 지나면 완전히 죽는다. 심장정지 후 10분이면 뇌는 완전히 사망한다. 며칠 후 면담자리에서 의사는 말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현대의학은 죽은 뇌를 살릴 기술이 없습니다.” 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전기충격을 하는 의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5분 동안 산소공급이 없으면 뇌는 죽는다는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모른다면 의사도 아니다. 나와 가족들은 10여 일 동안 죽었지만 살아있는 체 하는 동생의 몸과 안타까운 헤어짐의 의식을 치뤘다. 오직 그것만이 전기충격의 공로였다. 이 일은 내 가족사의 한 부분이기에 내게 장엄하고 참담하고 격정을 일으키는 사건이지만, 우리 사회에 너무 많은 일이다. 한해 2만 5천명이 이렇게 사망하고 식물인간이 된다고 한다.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주 많지만 오늘은 한 가지만 얘기하고자한다. 삶과 죽음의 5분, 심폐소생술만 알고 있었다면..... 동생의 삶과 죽음의 경계는 쓰러지고 5분 이내에 결정이 났다. 삶과 죽음은 그 5분이 결정한다. 몇 해 전 방송에서 떡먹기 시합을 하다가 떡이 목에 걸려 숨이 막혀 죽은 경우도 똑같다. 그 분도 뇌에 산소공급이 안 돼서 죽은 것이다. 그분도 5분이다. 그 5분 내에 누군가가 명치 밑에서 가슴 쪽으로 힘껏 압력을 가해서 떡을 빼냈다면 살았을 것이다. 그 간단한 기술로 말이다. 동생은 주변의 사람들 도움으로 심폐소생술이 이루어졌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지켜야할 자세와 힘주는 각도 등을 지켜야 한다. 볼 때는 쉬워 보이지만 해보지 않으면 잘 안 된다. 실습을 몇 번 해보면 그래도 할 만 하다. 만약 그 자리에 심폐소생술을 실습해본 사람이 있었다면 동생은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나와 마주 앉아 맥주라도 한잔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응급치료법을 전 국민에게 보급해야 한다. 목이 막혔을 경우와 심장이 멎었을 경우에 대해서는 필수다. 민방위 훈련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습이 안 되면 무용지물이다. 필요한 교보재를 준비하고, 실습을 도울 응급구조사를 채용하여 전문적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상적인 건강유지와 응급처치를 배우는 과목을 배치해야한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실습을 통해서 주위의 누군가 위급한 상황에서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고등학교때 충실히 배워두고 군대에서 배우고 민방위에서 배운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에나 응급구조사가 있게 된다. 응급구조업무를 하는 응급구조사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응급구조요령을 가르치고 실습을 전담할 응급구조교사인 것 같다. 응급구조사가 왔을 때는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길가는 사람들의 응급구조능력을 키우는 것이 의사 몇 명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박호님은 동의한의원 원장 입니다. 안양 중앙시장 동의한의원사거리, 031-465-7777
박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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