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소한 들깨 향 가득한 삼계탕
  • 입력날짜 2016-11-16 1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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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이 그립다•호수삼계탕<들깨삼계탕 전문점>
27년 전통, 들깨와 땅콩가루로 고소한 맛, 한약재 향은 제거
신길동에 확장거듭 4호점까지 운영, 최근 도곡동에 직영점
한국인에게 닭은 여름 음식이었다. 닭찜, 연계(영계)찜, 닭죽, 닭백숙, 초계탕 같은 닭 요리는 대개 여름에 먹는다. 1773년 ‘승정원일기’에는 ‘연계탕(軟鷄湯)’이 기록되어 있다.

닭과 삼을 함께 먹는 ‘삼계(蔘鷄)’는 개화파 김윤식의 일기 ‘속음청사(續陰晴史)’에 인삼과 닭을 넣고 푹 고은 ‘삼계고(蔘鷄膏)’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고아 낸(膏)’ 국물을 마시는 약이라는 의미다.

보약이 아닌 요리로서 지금의 삼계탕과 가장 유사한 기록은 1917년 ‘조선요리제법’이란 조리서에 ‘닭국’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삼계탕에 대한 편견이 있다. 여름철 보양식이면서 인삼, 대추, 황기 등 한약재 특유의 향이 진한 국물이 그것이다.

이러한 삼계탕에 대한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리면서 심지어 ‘삼계탕’이라는 우리 전통의 음식을 새롭게 재탄생시킨 곳이 바로 신길동에 있는 ‘호수삼계탕’이다.

‘서울 3대 삼계탕’으로 꼽히는 호수삼계탕(02-848-2440)은 오직 한가지 메뉴인 ‘들깨삼계탕’만으로 27년간을 이어왔다.

‘진짜 맛있는 집을 찾으려면 메뉴판에 글씨가 최대한 적은 곳을 찾아라’는 말처럼 이 집 메뉴판에는 삼계탕(1만3,000원)만 적혀 있다.
호수삼계탕은이 다른 삼계탕집들과 차별성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고소한 들깨 육수에 있다.

대부분의 삼계탕이 진하고, 연한 차이는 있지만 닭 육수인 것과 딴판으로 이 곳 삼계탕 국물은 걸쭉한 들깨죽을 방불케 한다. 닭 육수에 들깨가루, 참깨가루, 콩가루 등을 넣고 끓인 덕이다. 국물 맛이 고소하고 특별할 수밖에 없다. 닭고기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 남녀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닭고기를 국물과 곁들여 먹으니 담백하고 색다른 맛이 난다.
흔한 인삼주 서비스도 없다. 대신 튼실하게 생긴 고추, 세로로 길게 자른 오이, 맛이 제대로 든 마늘 등을 직접 담은 고추장과 함께 내오는데 고추장 맛이 독특해 사가고 싶어하는 고객들도 많다.

‘호수삼계탕’. 이곳은 여름이 되면 하루에 2,000여 마리의 닭을 잡는다.
지난해에는 초복 하루에만 4,000여 명이 올 정도로 인기 만점인 대박집이다. 그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2015년 지금은 본점 50미터 옆에 별관, 별채, 2관, 3관까지 생겼고 최근에는 도곡동에 직영점까지 낼 정도로 가게 규모도 확장했다.

더구나 올해 여름 TVN의 인기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3대 삼계탕집으로 소개되면서 인기가 절정에 올랐다.
서울 장충동 족발집 골목, 왕십리나 교대 앞 곱창골목, 신당동 떡볶이 골목 등은 나름 독특한 먹거리로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호수삼계탕’ 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한 음식점이 골목을 형성한 곳이다.

아주 작은 집에서 시작한 호수삼계탕이 맛과 영양을 함께 갖춘 삼계탕 요리로 인기를 모으면서 점점 커나간 증거다. 다들 한 집이다 보니 주차 공간도 넓어 주차걱정도 없다. 강현주기자

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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