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에 떠오른 태양, 모두의 희망이 되어라!
  • 입력날짜 2016-01-06 13:01:25
    • 기사보내기 
오늘은 며칠인지 아세요? “아뇨 모르는 데, 오늘이 며칠이어요?”
한해를 시작하는 1월 1일은 첫 일출을 보며 가족과 친구 연인 등을 위해 소원을 빌고 지난해 이루지 못한 일들을 아쉬워하며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그러나 매서운 추위를 피해 역사에 몸을 맡긴 노숙인(露宿人) 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2016년 1월 1일 이른 아침, 침낭을 둘러쓰고 잠을 청하는 노숙인,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나누는 그룹의 노숙인, 밤새 보호막이 되어주었던 침낭을 갠 후 바닥에 깔린 신문을 정성스럽게 접는 노숙인의 모습이 전개되고 있는 이곳은 한해의 이용객 일천만 명이 넘는 서남권 중심역인 영등포역이다.
2016년 1월 1일 아침 6시 40분, 영등포역에서 침낭과 바닥에 깔린 신문을 정리하는 노숙인(50대 후반이라고 밝힌) 이*희 씨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묻자 “사람이 무섭다”며 경계심을 높인다.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오늘이 며칠인지 알고 있는지를 묻자 낮은 목소리로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2016년 1월 1일 새해 첫날임을 알려주고 소원을 묻자 “취직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바로 돌아온다.

노숙 이전에 무엇을 했으며 어떤 곳에 취직하고 싶으냐는 물음에는 “전에는 영등포역 근거리의 회사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지금은 청소일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취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노숙생활 이전에 “영등포역 근거리의 회사에서 근무했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지금은 청소일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취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벌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저녁 7시 전후해서 역에 들어와 날이 채 밝기 전인 아침 6시~7시 사이에 역을 나가 밥값을 구한다”는 이*희 노숙인은 밥값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5명의 남성 노숙인에게 요청한 인터뷰는 대가 요구를 뒤로하고 발길을 선유도공원으로 돌렸다.

현재 영등포구에는 일정한 거주시설 없이 역이나 공원 등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며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길이나 공원 등지에서 한뎃잠을 자는 사람)의 숫자는 1월 4일(월) 현재 100여 명에 이른다.
서울의 해 뜨는 시각은 오전 7시 47분, 선유도공원 진입로인 선유교는 일출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이미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애인과 새해 해돋이를 보러 나온 조성훈(20세 강서구) 씨는 함께 온 여자 친구 김슬비(20세 인천)를 바라보고 “조금 있으면 자신은 군대에 여자 친구는 중국으로 가게 되는 데 헤어지지 않고 잘 사귀었으면 좋겠다”며 애정표현을 숨기지 않았다.
해맞이를 위해 선유도공원을 찾은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을 만나 영등포역 노숙인의 바람을 전하고 2016년 구정운영에 방향에 대해 들었다.

조길형 청장은 “노숙인 자활지원 강화 사업의 목적으로 재활구호사업, 자활희망, 노숙인 공공근로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며 “2014년 영등포구에서 노숙자 저축왕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로 현장행정을 강조한 조길형 청장은 “새해에는 직원들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구민 곁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 다겠다”며 구정운영 방침에 대해 일면을 소개했다.

조 청장은 “구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고 밝히고 “2016년 영등포구 새로운 구정 운영방향에 대해 1월 중순쯤 밝힐 예정이다”고 말했다.

“애인과 헤어지지 않고 오래 사귀는 것과 새로 운동을 시작하신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이 소원이라는 젊은 연인, 오늘이 며칠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아뇨 모르는데요. 오늘이 며칠이어요?” 라고 되묻은 노숙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 새해에 도도하게 떠오른 태양이 모두에게 희망이 되어주기를 기대해본다.

박강열 기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