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이 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진실이 밝혀졌나요? 지금은 안전한가요?
  • 입력날짜 2016-04-19 18: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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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 이 질문에 이제는 어른들이, 특히 정치권이 응답할 때!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난 아직도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고, 자꾸만 그 빈자리가 아른거려... 언니 손을 꼭 쥐고 잤던 그 온기도 잊혀지지 않아... 함께 걸었던 그 길을 혼자 걷다보면 그 때가 떠올라. 언니도 그때 기억하지?”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고 박예슬 학생의 동생 박예진(고2)양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로 써서 애틋하게 읽어 내려갔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안 밝히나? 못 밝히나?

이어 “언니 오빠들이 고통에 허우적대고 있었을 때 대통령님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해 꼭 살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어쩌다 지금 등 돌린 적이 되었나요? 부디 본보기가 돼 주세요.”라며 박대통령에게도 서운함을 표현했고, “눈을 가린 정부를 향해 말한다. 뭐가 그리 창피해 감추고 도피하려고 하는가? 정치인들의 무능, 무관심을 비로소 알게 됐다.”라며 정부와 국회에도 쓴 소리를 전했다.

찬호아빠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아직도 세월호냐’라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도 그날을 벗어나고 싶다.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내고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면 우리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 통해 국민의 위대한 힘을 보았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진상조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4.16 이전과 이후의 교육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고, 416 교육체제를 완수해 기억을 넘어 반드시 희망을 만들고, 아픔을 넘어 변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하였고, 시민대표 중 한 사람인 강레지나 수녀(본오종합사회복지관 관장)는 “왜 우리의 아이들이 배 안에서 그렇게 갇혀 죽어야했는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4.16 기억교육’ 진행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월호 진실 못 밝히는 이유, 정말 국정원 때문?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제1차 청문회에 이어 제2차 청문회를 지난 3월 28일~29일 양일간 열었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국정원과 청해진이 세월호 인수 과정부터 특별한 관계였다는 사실과, 세월호 참사 당시 청해진해운 간부와 국정원 직원이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 그리고 이를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낱낱이 드러났다. 즉 국정원은 세월호 도입과 증개축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전후의 모든 시기에 걸쳐서 청해진해운 측과 단순한 보안점검 관계 이상의 특수관계를 맺어왔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호중 특조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국정원이 깊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아울러 "그것이 밝혀지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에 특조위에도 비협조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도 진실 규명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구조실패의 책임과 국정원 때문이라고 본다"며 "그렇다고 해경 해체하듯 국정원을 해체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 뒤, "그래서 우리는 현재 특조위 권한만으로는 밝혀진 의혹들을 더 파고들기 어렵다고 판단하기에, 특조위의 조사 권한 강화 및 특검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드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내야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는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이미 우리의 슬프고 뼈아픈 역사가 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슬픔과 분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6.25 전쟁 이후 최대의 사건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처음부터 회사의 이익을 위해 고객의 안전은 뒷전이었고,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할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더 큰 참사를 빚었다. 신속하게 대응하여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음에도 황금 시간을 놓쳐버렸고, 진정성 있게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함에도 상처를 주고 분노하게 만들었고...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모순과 민낯을 극명하게 보았다.

이제라도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하고, 그리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엄청난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보다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 선거로 여소야대가 되어 희망이 보인다. 이석태 ‘4·16참사특조위’ 위원장도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왜 고물 같은 수준의 배가 운행됐는지 선체를 인양해 제대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즈음하여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 함께 하겠다!”는 취지의 현수막들이 안산을 비롯하여 전국 이곳저곳에 많이 내걸렸다. 그 중에서 “별이 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진실이 밝혀졌나요? 지금은 안전한가요?”라는 현수막도 눈에 띈다. 이 질문에 이제는 우리 어른들이, 특히 대통령을 비롯하여 여야 정치권이 응답할 때라고 본다.

김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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