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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건물주의 편법 재건축 무효판결
2015년 한 해 동안 서울시에 접수된 권리금과 상가임대차 보호법 상담 건수는 4천7백여 건에 이르고 서울시가 상가 분쟁을 조정한 사례의 70%도 권리금 보상과 관련된 내용이다.
상가권리금이란 임차인이 점포의 장소적 이점이나 영업권의 대가로서 전 임차인에게 임대료 외에 관행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 이러한 상가권리금 분쟁으로 극한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 재계약 권리를 인정하는 원심판결 확정으로 일단락됐다. 이지헌 씨 부부는 2013년 5월 20일 영등포구 당산동 1가 한 건물 1층(35평)을 건물주와 2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장충동족발집을 열었다. 이 씨 부부는 처음 문을 연 족발집 영업을 위해 월 임대료보다 더 큰 비용을 홍보비로 사용하며 자리를 잡아갔다. 그런데 계약종료를 7개월 앞둔 2014년 7월 건물주로부터 건물이 오래되어 재건축(호텔)해야 한다며 가게를 빼라는 내용증명 통보를 받았다. (이 건물은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200m 안의 182m 지점에 있다.) 이때부터 건물주와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 이지헌 씨 부부는 “건물주의 일방적인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2년 계약이지만 5년간은 재계약권리가 있는 상가건물 보호법 보호대상에 해당하는 점을 지적하고 정당한 권리보상을 해주거나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입장을 건물주에게 분명하게 전했다.
그러자 건물주는 건물이 노후되어 안전상의 문제가 있을 때 임대인이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건축하기 위해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임차인의 5년간의 재계약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재계약거부조항을 내세워 건물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법원의 조정이 진행되었는데 처음에는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버티던 건물주는 1천 육백만 원, 두 번째 조정기일 때는 3000만 원의 권리금을 제시했고 법원은 5천만 원의 조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씨 부부는 자신들의 가게 규모의 1/4 정도인 주위 점포가 1억8천만 원의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양수·양도한 것을 예로 들며 동등한 대체점포나 충분한 권리금을 주기 전에는 가게를 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만한 조정에 실패하자 법원은 사건 심리를 계속하여 건물주의 요구가 정당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였다. 즉 건물주가 이지헌 씨와 임대차계약을 맺기 전에 이미 건물을 호텔로 재건축할 계획을 세우로 있었지만,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이라 “호텔건축승인이 날지 아닐지 잘 몰라서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법원은 당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상 알릴 의무는 없지만, 건물의 노후로 인한 안전성에 대한 어떤 입증노력도 없이 재건축하려 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법의 기본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원고인 건물주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그간 관련 행정기관에서 재건축허가만 받으면 무조건 임차인의 재계약청구권을 배제하던 관행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지헌 씨 부부는 자신들이 이렇게 오래 끈질기게 다투어온 것은 “자신들의 권리금만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600만 임차상인들이 건물주의 부당한 요구에도 약자라고 체념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강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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