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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공용 통로와 영등포공원에서 노숙자 사망 해빙기가 끝을 보이는 4월 중하순 영등포역과 인근 공원에서 잠자던 노숙자가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는가 하면 노숙자 간의 다툼으로 경찰서 신세를 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4월 18일 영등포공원(영등포역 뒤편 OB맥주 공장이 있던 자리)에서 노숙자가 사망했다. 이어 21에는 노숙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자칭 건달 출신이 구속됐다. 영등포역 인근에서의 노숙자 사건은 22일에도 발생했다. 영등포역과 모 백화점 사이를 연결하는 2층 공용 통로에서 잠을 자던 노숙자가 사망했다.
비가 내린 5월 3일 오후 영등포역 공용 통로와 영등포역 ‘맞이방’으로 노숙자가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남.녀 노숙자를 가리지 않고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 말싸움과 몸싸움을 벌이는 광경이 목격됐다.
영등포역 ‘맞이방’(대합실)으로 들어간 노숙자는 영등포역 관계자들에 의해 통로로 쫓겨나왔다. 영등포역 장실을 방문해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아는지를 물었다. 정문영 역장은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비상이다”라며 “부족한 일손에 노숙자 문제까지 어려움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정 역장은 “일일 평균 영등포역 통로에서 노숙하는 노숙자 숫자를 25명에서 30여 명 정도로 알고 있다”라고 밝히고 “우리는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와 자치단체가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이날 통로를 지나던 신길동에 사는 주부 서 모 씨는 “이곳을 메일 지나다녀야 하는 사람으로 곤혹스럽다. 술에 취해 소리 지르고 불쑥 손을 내밀 때는 공포심마저 느낀다”라고 밝히고 “저 사람들도 오죽하면 저렇겠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노숙자를 담당하고 있는 김** 씨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숙자를 휠체어에 옮겨 태운 뒤 “저 사람들도 인권이 있다. 가능하면 대화를 통해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노숙자들도 낮에 일을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비가 와서 (일을 나가지 못해) 대낮에 술 마신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이어서 “다만 저 사람들이 일해서 번 돈으로 식사하지 않고 술을 먹는 횟수가 더 많은 것 같아 걱정된다”라며 노숙자에 대한 애증을 나타내고 “여성 노숙자에 대해서는 더욱더 조심스럽게 대처한다”며 노숙자를 대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현재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영등포역 공용 통로 왼쪽 있는 노숙자는 모 백화점이, 가운데 통로에 있는 노숙자는 영등포구청이, 맞이방(대합실) 안에 있는 노숙자 관리는 영등포역에서 하고 있다. 즉 본인들이 관리하는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노숙자를 이리 몰고 저리 몰고 있는 현실에서 노숙자 사망 사례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 자기구역이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노숙자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영등포구 관내 노숙인은 시설 입소 노숙인 540여 명과 거리 노숙인 120여 명 등 총 660여 명으로 추산되며 각종 사고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실정이다.
박강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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