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살인이다”
  • 입력날짜 2016-06-07 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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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 추모행렬 이어져
“고인의 꿈 기관사, 유가족이 동의하면 적극 검토할 것”
5월 2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강변 방면 9-4 승강장 앞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도중 숨진 용역업체 김 모 씨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2일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사고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포스트잇과 A4 용지에 “돈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런데 돈에는 손도, 발도 없네요. 도대체 누가 죽였습니까?”,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살인이다. 서울메트로가 책임져라”,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던 19살 청년이 죽었습니다. 이 청년이 죽음을 잊지 말아 주세요”라는 글귀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철저한 사고원인과 안전대책을 촉구했다.

5월 28일에 이어 6월 2일(목) 정비용역업체 직원 김 모(19) 씨가 사고로 숨진 구의역 강변 방면 9-4번 승강장을 다시 찾은 노민규(30세) 씨는 “저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다시 찾았다. 외주 용역, 하청에 또 하청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이 다른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이런 사고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왜 힘없는 약자들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가슴이 먹먹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민규 씨는 “19세의 청년이 온몸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가를 말해주었다. 서울메트로는 사고의 책임을 19세의 청년의 과실로 몰고 가거나 책임을 전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서울메트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한순간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다 밝혀진다”고 목소리를 높여 이번 사고의 책임을 19세 청년에게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인 서울메트로를 비판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강조한 노민규 씨는 “이번 사고를 두고 정치권에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며 “정략적으로 이용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남겼다.

자신을 최은영이라고 밝힌 20대 초반의 여성은 “지금 상황은 마땅히 표현할 말이 없다. 가슴이 먹먹하다”며 한동안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여 이를 지켜보는 본지 취재진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박원순 시장은 2일(목) 밤 SNS ‘페이스북’ ‘원순씨 X파일’ 방송을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반복되는 인명사고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유가족과 서울시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메피아'(메트로+마피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영정사진조차 없어 고등학교 앨범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쓴 고인에 대해 거듭 사과한 박원순 시장은 “서울에 당연한 자리는 없다. 시민 안전을 다루는 자리는 더욱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민관합동 사고원인 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원인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시간 지나면 잊히고 다 그런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이번에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거듭 철저한 원인 규명과 강력한 처벌, 사고원인에 대한 대책 등을 약속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메트로의 용역업체인 은성PSD 임직원 143명 중 58명이 서울메트로 출신인 점을 지적하고 “이들이 故 김 모 씨의 월급 144만 원 보다 3배 많은 평균 400만 원을 받아왔다”고 설명하고 “8월 1일 자로 출범하는 가칭 ‘서울메트로 테크’를 통해 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SNS를 활용한 ‘원순씨 X파일’ 방송을 시청한 시청자들은 “약속을 지켜 달라.”, “2인 1조면 인력충원이 필요하다.”, “응원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원순씨 X파일’의 한 시청자가 남긴 “고인의 꿈이 기관사였다고 들었다. 명예기관사로 임명해 줄 것을 검토해 달라”는 댓글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원순씨 엑스파일 시청자의 댓글에 “유가족과 협의해서 유가족이 동의한다면 적금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박강열/신금자/서춘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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