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회, 학원 교습시간 연장 추진 물의
  • 입력날짜 2016-05-26 16:47:46
    • 기사보내기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VS “학원업자 이익 위해 학생들을 제물로 삼는 것"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학원 교습시간을 현행 밤 10시에서 고등학생에 한해 밤 11시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하여 교육계와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대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습권 보장 위해 밤 11시로 연장한다?
5월 26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학원교습시간 조정 및 학원 의무 휴업제 도입’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방청석이 가득 찼고, 다소 거친 격론과 공방이 오가는 등 시종 팽팽한 긴장과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토론회 시작은 순조롭지 못했다. “토론회 방청석에 학원 관계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고, 패널 선정에도 공정성을 잃었다”며 조례 개정안에 반대하는 교육계 관계자와 시민단체들이 손팻말을 들고 토론회장에 들어가려 하자, 교육위원회가 이를 막는 과정에서 격한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들은 끝내 토론회장 밖에서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로 항의표시를 했다.

발제를 맡은 서울시의회 박호근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 중, 다른 곳은 23시~24시까지인데 비해 서울 등 5개 시·도만이 학원 교습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서울지역 고등학교 중 22.6%가 밤 10시 이후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학습권을 제한할 수 있으니, 현재 밤 10시까지로 돼 있는 조례 규정을 바꿔 고교생에게는 학원 교습시간을 밤 11시로 늘리고, 초등학생은 밤 9시까지, 중학생은 밤 10시까지로 재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1주일에 하루를 쉬게 하는 ‘학원 의무휴업제’ 도입을 제안했다.

학생들의 학업 노동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행위
이 같은 방안에 대해, 학원을 지도 감독하는 서울시교육청은 물론 교원단체와 시민단체 모두 학생들의 학업 노동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연주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장은 “학원 교습시간은 인권의 문제다. 경제논리나 학원의 영업논리가 아닌 교육적 판단으로 정해져야 한다. 국무총리 산하 국가 청소년인권위에서 이미 청소년들의 건강과 휴식권, 행복추구권 차원에서 학원의 교습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의 공감대는 밤 10시에 형성되어 있는데, 11시로 연장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의 의견과 명백하게 어긋난다”고 설명한 뒤, “전국적으로 밤 10시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더 앞당기는 것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 논리에 대해서는 “학부모는 95%가 학원휴일 휴무제를 지지하고, 80%가 10시 제한을 선호한다”고 반박하고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이라는 핑계로 학원업계 이익을 위해 학생들을 희생의 제물로 삼으려 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원 휴일 휴무제 법제화를 위해 지난 3일 출범한 ‘쉼이 있는 교육 시민 포럼’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1시 20분 서울시의회 앞에서 교습시간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의 대다수가 밤 10시 학원 영업 규제에 찬성하고 있고, 학부모의 95%가 학원 휴일휴무제도 찬성하고 있는데, 학원 영업시간을 11시로 연장하려는 시도는 부모와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학원업계의 이해를 수용한 것”이라며 “서울시의회는 입시경쟁 과열 지역인 서울시에서의 학원 심야영업 시간 연장 시도를 즉각 멈추고 학원 휴일 휴무제 조례 제정 및 법제화를 위해 나서라”고 요구했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아동의 건강과 행복에 역행하고자 하는 학원 심야영업 연장에 대해서 단호히 반대할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밤 10시 이후의 심야영업과 휴일 영업을 전국적으로 규제하는 국회 차원의 입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총도 성명서를 통해, "헌재가 이미 학원 심야교습 제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고, 공교육 정상화의 기본 기조에도 어긋난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교육계의 반발에 부딪힌 박호근 의원은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는 학원운영시간 조정과 학원 의무휴업제 도입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고, 그러한 의미에서 뜻깊은 토론이었다”며, “학원운영시간 조정과 학원 의무휴업제 도입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좀 더 숙고하고, 더 많은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6일, 강남지역 398곳 학원·교습소에 대한 불법 심야교습 행위를 점검하여 적발된 11개 학원에 벌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강남 등 학원 밀집지역 내 심야교습 행위에 대해 정기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해 심야교습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태 기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