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의 별 헤던 노숙인, 시와 수필로 마음의 집
  • 입력날짜 2012-10-27 04: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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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노숙인을 대상으로 문학공모전을 진행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노숙인 대상 ‘민들레 예술문학상’은 ‘노숙인이 무슨...’이라는 냉소적인 시각을 일거에 사라지게 했다. 일반인들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소설을 써도 한권이상을 될 것이라고 하는데 서러운 노숙인의 삶은 어떨까.

공모는 노숙인과 일반인으로 나눠 진행했다. 주제는 ‘집이란’ 혹은 ‘집이 없다면’이었다. 노숙인 부문 대상은 노숙인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백효은 씨의 수필 ‘꿈의 공장’이 차지했다. 백씨는 수필에서 “살면서 정말 부끄러운 건 내가 처한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만 보고 낙담하여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노숙인 시 부문 최우수상은 정승철씨의 시 ‘그 집’과 박용규 씨의 ‘사진 속의 집’이 선정됐다. 정씨는 집이 없는 서러움을 담담하게 풀어냈고 박씨는 노숙인 사진강좌를 듣고 마음 속 집에 대한 생각을 그렸다.

정승철의 시「그집」의 내용을 살펴보면 ‘시간의 저편이라는 곳이 있다 / 추억이라는 녀석인데 / 내가 떠올리는 추억에는 전기불이 없다 / 나는 상상의 세계로 떠나지 못하고 / 이 방에서 한숨을 짓는다.’

이번 공모에서 노숙인 작품은 시와 수필, 사진 등 총 278점이 됐다. 이 가운데 대상 1점, 최우수상 2점, 우수상 7점, 총 10점이 뽑혔다. 일반인 부문은 총 501점이 접수돼 대상 1점, 최우수상 2점, 우수상 4점, 총 7점을 선정했다.

일반인 부문 대상은 아버지와 집에 대한 애틋함을 시로 표현한 우미정 씨의 ‘아버지의 집’이 뽑혔다. 수상자들은 빅이슈 코리아에서 민간후원을 받아 대상 150만 원 등 총 1300만 원 상당을 상금으로 받는다.

노숙인 부문의 수상자에게는 주거복지재단과 협력해 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시상금은 임대 주택의 임대보증금으로 활용한다. 당선된 작품은 서울시 복지건강실 홈페이지 혹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이버 문학광장(www.munjang.or.kr)에 가면 볼 수 있다.

노숙인 문학상에 대해 베스트셀러 ‘홀로서기’의 시인 서정윤씨는 “마음 한켠에 잠재워둔 불꽃을 밖으로 끄집어냄으로 해서 어려운 환경을 더욱 잘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며 “인문학적인 정서가 대우받는 세상이란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 시인이자 우리아이지킴이 여영미 대표는 “노숙인과 문학이란 참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울릴 수 있는 것”이라며 “차디찬 길거리에 시와 수필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것이라는 세간의 생각을 역발상으로 접근, 따뜻하고 창의적인 행사를 가진 것 같다. 응모한 노숙인들에게 마음의 집이 문학이었다면 이제 곧 문학을 사랑하는 정신력으로 어려움을 딛고 밖의 집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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