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의 불행을 나의 불행으로 느끼고 시를 써야!"
  • 입력날짜 2012-10-27 05: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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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의 넓은 대지를 적시며 흐르는 만경강을 벗 삼았던 청춘들이 오랜 세월을 보낸 뒤 다시 모였다. 젊은 날의 문학적 열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시를 매개로 원광대 출신의 강상기 박윤기 김광원 등 8명의 시인들이 동인시집 <포엠만경>을 창간했다. 대부분 교단에서 학생들과 호흡하며 시상을 가꿔왔던 이들의 치열한 삶의 지향으로, 현실 비판의 매개로, 분출하는 예술성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30~40년 전 가졌던 열정은 그대로지만, 이제 중견 시인으로 자리 잡은 이들의 중후하면서도 깊은 시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특히 회장을 맡은 강상기 시인은 ‘오송회’라는 고문조작 국가범죄 피해자답게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강 시인은 “나의 이상을 지켜가며 목숨을 걸고 시 쓰는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면 이 세상의 불행을 나의 불행으로 느끼고 시를 써야 한다”며 “분단국가에서 국가보안법의 족쇄에 묶여 사는 한 불행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다.

강 시인은 시 ‘축제’와 ‘불구의 조화’ 등에서 양극화와 분단 등 시대의 아픔을 간략한 시어들로 비유와 상징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앙일보와 전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윤기 시인 역시 시 창작에 대해 “부조리한 외적 현실에의 저항, 내면적 성찰, 조화로운 세계를 향한 미적 추구 등을 위해 태우고 삭이며 부단히 갈등의 허물까지 비우는 일”이라며 흔치 않은 소재들을 발굴해 환상적 은유와 반어로 내면을 형상화하고 있다.

<포엠만경>에는 이 밖에도 절절한 사모곡을 담아냈던 시집 <어머니 나라>와 한국사회 변혁을 꿈꾸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나쁜 사과> 등을 펴냈던 최기종 목포작가회의 회장과 강재훈 호병탁 김양호 정재영 시인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펴는 말에서 “바다는 만상이 화합하고 형제자매가 모두 하나다. 절벽에 부딪쳐 가루가 돼도 다시 하나다. 절대 교향악인 바다의 이런 정신을 닮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아름다운 시 세계를 기대해 본다.

하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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