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병원협회, “대조군 없는 연구결과” 신뢰성 의문
  • 입력날짜 2019-07-12 11: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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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으로 격리실에 입원한 환자의 기저귀는 연구 대상 아니다”
최근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아래 의폐공제조합)이 요양병원에서 배출한 일회용 기저귀에서 각종 감염성균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대조군이 없고 질환과의 연관성도 규명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의폐공제조합은 10일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에 의뢰해 전국 105개 요양병원에서 배출한 일회용기저귀를 조사한 결과 “97곳에서 감염성균이 검출됐다”는 중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의폐공제조합은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와 소각장 운영자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의폐공제조합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105개 요양병원의 기저귀 중 폐렴구균, 폐렴균, 녹농균은 각각 80개, 18개, 19개에서, 대장균, 부생성포도상구균은 각각 69개, 55개에서 나왔다.

각종 화농성 염증, 패혈증 등을 초래할 수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은 74개 요양병원 기저귀에서 검출됐다는 게 연구보고서의 요지다.
 연구보고서
연구보고서
 
의폐공제조합은 이런 연 결과를 근거로 “감염 우려가 낮은 일회용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일반폐기물로 전환하겠다”는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요양병원협회는 11일 “의폐공제조합의 연구보고서가 감염 우려가 없는 일회용 기저귀라 하더라도 일반폐기물로 분류해선 안 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감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의폐공제조합이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연구에 필수적인 비교 대조군이 없고, 시료 확보 과정에서도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 등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환경부의 계획은 감염 우려가 낮은 치매, 만성질환 등의 환자가 배출하는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감염병으로 요양병원 격리실에 입원한 환자의 기저귀는 연구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일반 병실에 있는 환자에서 나온 기저귀와 일반인의 대소변에서 나온 시료를 비교 분석해 비 감염병 질환자가 배출한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전환하는 게 타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비감염성환자의 기저귀에서 감염성균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타인에게 감염성균을 전파한다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일반인의 대변에서도 대장 장내세균이 100여 종, 개체 수로는 100조 개 이상의 유익균과 유해균이 상존할 수 있어 단순히 균이 발견된 사실만으로 감염성을 단정할 수 없고, 임상적 질환과 연관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이번 연구보고서에서 언급한 폐렴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건강한 사람도 보유하고 있는 ‘상재균’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들 균을 감염 위험인자로 간주하면 일반인의 대변까지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소각 처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인플루엔자,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 등 감염병 환자들이 배출하는 기저귀는 의료폐기물로 소각 처리하고, 이와 무관한 비감염성 기저귀만 일반폐기물로 분류하자는 것이어서 국민이 감염에 노출될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일본,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감염성이 없는 일반 환자의 기저귀는 일반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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