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은 수산물 경매 모습이 '아니무니다!'
  • 입력날짜 2012-10-25 05: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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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갈치의 은빛 비늘은 아침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습니다. 포구에 가게 되면 보게 되는 수산물 경매 같습니다. 어부가 잡아온 갈치를 배에서 내리자마자 곧 바로 도매인들에게 경매를 통해 넘기는 그런 모습이지요.
 밤을 세워 잡아온 갈치를 한꺼번에 펼쳐 놓으니 볼만 합니다.  ⓒ 추광규
밤을 세워 잡아온 갈치를 한꺼번에 펼쳐 놓으니 볼만 합니다. ⓒ 추광규
 
하지만 '개그 콘서트' 갸루상의 표현으로 한다면 '이것은 수산물 경매 모습이 아니무니다...' 낚싯꾼들이 밤새워 자신들이 잡은 갈치 박스를 앞에 놓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 입니다.

갈치낚시배의 닻은 '낙하산?'

여수 국동항에서 2시간여 바다 위를 질주한 뒤 도착한 거문도 앞 해상.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배를 고정시키기 위해 물 닻을 내리느라 선장과 사무장의 손길이 바쁩니다. 물 닻은 낙하산처럼 생긴 기구를 물에 펼치고 그 힘에 의해 조류에 배가 떼밀리지 않고 한 자리에 고정시킬 수 있는 닻입니다. 쇠가 아닌 천으로 만든 닻이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물 풍선'이라는 닻입니다.

오징어 채낚기 어선이나 갈치낚시 어선의 경우 주로 심해에서 조업을 하는 가운데 집어등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만 하기에 이때 사용하는 기구가 바로 물 풍선입니다.

뱃전에 펼쳐져 있는 물 풍선은 그 크기와 길이가 특전사 요원들이 사용하는 낙하산과 거의 흡사 합니다. 하늘에 활짝 펼쳐진 낙하산이 수중에서 수평으로 조류에 의해 활짝 펼쳐져 있다고 상상하면 거의 정답일 듯합니다.

물 닻을 내리는 첫 번째 시도에서는 줄이 꼬여 실패했습니다. 때문에 다시 끌어 올린 후 꼬인 줄을 풀고 나서 다시 한 번 물 닻을 펼치는 수고를 더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는 성공이었습니다. 오후 4시 30분경 도착한 후 그렇게 1시간여에 걸쳐 어렵게 물 닻을 내린 후 본격적인 갈치 잡이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신강수도호(선장 김두성) 사무장이 물닻을 내리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커다란 부표를 먼저 내린 후 그 후 천으로 된 물닻을 내리면서 펼치게 됩니다.  ⓒ 추광규
신강수도호(선장 김두성) 사무장이 물닻을 내리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커다란 부표를 먼저 내린 후 그 후 천으로 된 물닻을 내리면서 펼치게 됩니다. ⓒ 추광규
 
가을 여수 밤바다 집어등에 몰려든 '곤쟁이떼'....

오후 6시경 해가 완전히 저문후 밤 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배 상부에서는 집어등이 그 빛을 발하기 시작 했습니다. 낚시꾼들은 제 각각 준비를 마친 뒤 낚싯대를 드리우며 가을바다의 진객 갈치를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불이 켜진지 2~30분이나 지났을까요? 배 주위가 점점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속을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새우의 일종인 '곤쟁이떼'가 몰려들어 바다가 붉은색처럼 보인 것입니다.

또 이렇게 곤쟁이 떼가 몰려들어야만 이걸 먹기 위해 멸치 떼가 몰려들고 또 그래야만 그 상위의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는 갈치 떼가 몰려든다는 것입니다.

오후 6시 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갈치 밤낚시에서 처음 30여분 동안은 삼치 떼가 몰려들어 낚싯대의 초릿대를 휘청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삼치는 토톡~ 토톡~ 하는 어신과 함께 활처럼 휘게 되면 낚싯대를 감아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이들 갈치 낚싯꾼들에게 만큼은 팔뚝만한 삼치는 잡어 취급을 받습니다. 삼치는 바늘에 걸린 다음 곧 바로 감아올리지 않으면 다른 낚싯꾼들의 낚싯줄을 감아 버리기 때문에 귀찮게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실제 갈치 낚시는 한 마리가 걸려들더라도 수심 층을 약간 달리해 갈치를 유인한 후 잡을 수 있기에 한 번에 많게는 대여섯 마리까지도 잡을 수 있는데 반해, 삼치가 걸려들게 되면 곧 바로 감아 올려야만 하기에 많은 조과를 기대하는 낚시꾼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갈치 낚시는 15미터 남짓의 목줄에 약 2미터 간격으로 1미터 길이의 가지목줄이 매달려 있고 또 여기에 길쭉한 갈치 전용바늘이 줄줄이 매달려 있는 관계로, 걷어 올리고 또 다시 물속에 던지는데에는 적게 잡아도 10여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해가 지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낚시를 앞둔 꾼의 모습이 제법 장엄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 추광규
해가 지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낚시를 앞둔 꾼의 모습이 제법 장엄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 추광규
 
낚시꾼의 말은 허풍이라고? "한번 출조에 갈치 100~500마리 잡는다.."

지난 5일 제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갈치 밤낚시 성수기를 맞은 여수 밤바다에서 '한 번 나가면 갈치 500마리... 팔이 다 아픕니다'는 기사 였습니다.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혹여 낚시꾼의 허풍이 아닌지 꼼꼼히 검증을 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읽으면 읽을수록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나는 것입니다. 못 잡아도 100마리고 많이 잡으면 500마리라.... 이때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마치 소풍전날 잠 못 이루는 초등학생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사람이 다름 아닌 선장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낚시꾼이 그렇게 잡는다고 했다면 반신반의라고 했겠지만, 선장이 못 잡아도 100마리라고 하니 한방에 '훅'하고 넘어 간 것입니다. 곧 바로 신강수도호를 수소문해 예약을 한 후 19일 갈치 밤낚시를 나섰던 것입니다.

이어지는 먹이사슬 그 상층에는 '상어?'

이번 출조는 운이 매우 좋았습니다. 이날 여수 거문도 앞 바다는 마치 호수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날은 일 년에 며칠 없습니다. 어쨌든 파도가 일지 않으니 낚시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입니다.

한 20여분 남짓 기대를 잔뜩 가진 채 낚싯대를 쳐다보는데 어느 순간 초릿대를 통해 바다 저 밑의 신호가 전달되어 왔습니다. 토도독~ 토도독! 곧 바로 가볍게 챔질을 해서 훅을 시킨 후 낚싯줄을 감아올리는데 제법 힘을 씁니다.

제게 이날 첫 얼굴을 내민 놈은 갈치가 아닌 삼치였습니다. 안산에서 이 먼 곳까지 낚시를 하러 내려온 제 입장에서는 반가운 놈이지만 옆자리의 낚싯꾼들은 삼치가 올라오면 짜증을 내더군요. 팔뚝만한 삼치는 물론이고 심지어 두자가 넘는 대물 삼치마저 찬밥 신세입니다.

이유야 갈치는 한번 낚싯줄을 드리우면 많게는 대여섯 마리 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데 반해 삼치는 그대로 놔두면 다른 낚싯줄을 휘어 감기 때문에 곧 바로 끌어 올려야만 한다는 이유 때문 이었습니다.

오후 일곱 시가 넘어가는 가운데 초릿대가 또 다시 크게 휘청 합니다. 삼치이려니 생각하면서 끌어 올리는데 그 힘이 장난이 아닙니다. 혹시 부시리 나 방어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힘겹게 뱃전에 끌어올려 놓고 보니 작은 다랑어 즉 '참치' 입니다. 크기는 40cm 남짓 무게는 2kg 남짓 나갈 것 같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잡아본 참치가 기분을 한껏 고조 시킵니다. 이어지는 입질은 대상어종인 갈치입니다. 갈치를 많이 잡는 요령은 한 마리가 입질을 했다고 해서 곧 바로 낚싯줄을 걷어 올리는 게 아니라 작게 챔질을 해서 훅을 시켜 잡아 놓은 후, 계속해서 다른 갈치가 입질하기를 기다리는 게 그 요령이었습니다.
 집어등을 따라 온갖 고기떼가 몰려와 낚싯대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 추광규
집어등을 따라 온갖 고기떼가 몰려와 낚싯대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 추광규
그렇게 한두 마리씩 올리곤 하다가 요령을 깨달은 다음에는 한 번에 다섯 마리까지 올라왔습니다. 크기도 작은 건 3지 큰건 4지 까지 씨알이 괜찮습니다.

갈치는 어른 손가락 마디로 그 크기를 재는데 3지면 어른 손가락 3개 너비이고 4지는 4개 너비입니다.

4지부터는 대형 갈치로 분류 됩니다. 3지짜리 갈치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한 마리에 8천원에서 1만원 까지 판매되는 그런 갈치입니다. 4지가 넘어가는 갈치는 3만원이 넘는 고가 입니다.

갈치 밤낚시는 손맛이 없다는 게 조금은 아쉽습니다. 추의 무게만 해도 800g이나 나가다 보니 갈치가 움직여도 그리 크게 손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적게는 한 마리 많게는 다섯 마리 까지 끌어 올려지는 갈치를 보게 되니 마음이 흐믓 합니다. '잡는 맛'이라기보다는 '보는 맛'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먹는 맛'을 마음껏 상상하는 가운데 말입니다.

오후 7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갈치 밤낚시는 새벽 2시를 전후해 피크를 기록 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바다가 온통 고기로 가득 하다는 거였습니다. 곤쟁이 떼가 몰려와 바다를 벌겋게 물들이고 있는 가운데 온갖 고기들이 다 몰려와 제 각각 먹이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면위로는 갑오징어를 비롯해 삼치 숭어 학꽁치 심지어 엄청 큰 고기가 파문을 일으키며 휙 하고 지나갑니다. 수면위로 드러나 있던 지느러미로 추측해 보았을 때 이 초대형 물고기는 아마도 상어가 아닌가 합니다.

수면위로 곤쟁이 떼가 그리고 그 바로 밑에는 멸치 떼가 또 그 밑에는 갈치 떼가 제 각각 먹이사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고 낚시꾼들은 그런 갈치 떼를 잡아 올리는 것이니 먹이사슬의 전형인 셈입니다.

새벽 3시 30분 무렵 아이스박스에 담겨 있는 갈치를 헤아려 보니 60여 마리가 넘는 것 같습니다. 4시 30분까지 낚시를 계속한다고 하는데 체력 상으로 더 이상 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여기서 저는 낚싯대를 접었답니다. 뭐 이정도 조과면 첫 출조에서 대박을 터트린 것이고요.

신강수도호는 새벽 다섯 시 포인트에서 철수한 후 7시 무렵 국동항으로 돌아왔습니다. 항구에 도착한 후 이날 출조에서 잡아온 갈치가 담겨있는 쿨러와 함께 아이스박스를 모두 모아 놓은 상태에서 한꺼번에 열어 놓으니 장관입니다. 이날 많이 잡은 사람은 200여 마리 그리고 가장 못 잡은 저 같은 경우 60여 마리를 헤아립니다. 한번 출조에 100마리가 기본이라는 기사의 내용이 '뻥'은 결코 아니었던 겁니다.

이번 출조에 모시고 갔던 정대택 회장님 입니다. 난생 처음으로 낚시를 하셨다고 하시는데도 이날 저 보다 더 많은 70여마리를 낚았습니다.  ⓒ 추광규
이번 출조에 모시고 갔던 정대택 회장님 입니다. 난생 처음으로 낚시를 하셨다고 하시는데도 이날 저 보다 더 많은 70여마리를 낚았습니다. ⓒ 추광규
 
여수 앞바다 밤 갈치 낚시는 12월 초순까지 꾸준히 그 입질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쿨러를 꽉채우는 조과, 점점 어자원이 고갈되어가는 상황속에서 근해 출조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풍성한 조과 입니다.

또 '여수'라고 하면 남도 저 먼 끝자락이기에 멀게만 느껴 지는데 알고보니 수도권에서 접근하는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갈치 시즌에는 수도권에서 국동항 까지 왕복하는 28인승 전용 버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1박 2일로 떠났던 여수 앞바다 밤 갈치 낚시 첫 출조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입니다.

'낚시꾼의 말은 안 믿어도 선장의 말은 꼭 믿을 지어니...'

추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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