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보호하자라고 글귀를 벽면에 쓰는 사람을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 아래에는 사람을 무참히 밟고 올라가 글씨를 쓰고 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 인권보호는 말보단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상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이 9일(월) 공개됐다.

서울시와 세계최대 인권단체 앰네스티가 12월 10일(화) ‘세계인권선언 65주년’을 기념해 공동으로 기획한 인권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9일(월) 아침 1호선 시청역에서 서울시청 시민청으로 가는 길목, 실제 사람 크기의 조각품 하나가 출근길을 재촉하는 직장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벽에 큰 글씨로 “인권을 보호합시다”라고 쓰는 한 남성이 역설적이게도 쭈그려 앉은 다른 사람을 짓밟고 서 있는 조각품이다.

이 작품은 서울시와 세계최대 인권단체 앰네스티가 12월 10일(화) ‘세계인권선언 65주년’을 기념해 공동으로 기획한 인권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서울시와 앰네스티는 6일(금)부터 10일(화)까지를 ‘인권주간’으로 정하고 ▴보드게임으로 떠나는 전세계 인권여행 ▴편지쓰는 밤 문화행사 ▴청소년 아르바이트 인권교양강좌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각품의 기획과 제작엔 <이제석 광고연구소>가 참여했다. 서울시는 이제석 대표에게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인권이라는 다소 막연한 개념을 시민들에게 쉽게 와닿을 수 있는 작품으로 표현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제석 대표가 세계 인권의 날을 기리는 의미있는 행사에 뜻을 같이해 이번 작품이 탄생하게 됐다.

이제석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는 “최근에 갑-을 문제, 상사-부하직원간 문제, 감정노동 같은 인권 문제들이 언론 등에 많이 알려진만큼 일상 속에서 서로 인권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의도를 밝히고, “작품을 보고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고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하여 성찰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9일(월)부터 이달 넷째주까지 조각품을 활용한 SNS 캠페인을 진행해 인권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참여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은 국제앰네스티 트위터(@amnestykorea)에 해시태그(#인권을보호합시다)를 달고 조각품 인증 사진을 보내면 된다.

조인동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은 “이번 인권캠페인 조각품 설치를 통해 말로만 외치는 인권이 아닌 실천하는 인권이 시민들의 뇌리에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와닿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인권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임과 동시에 사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보편화되는 인권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경희 기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