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부선 철도 지하화, 영등포 대전환의 시작
  • 입력날짜 2023-09-06 13: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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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는 지금 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영등포는 한강에 맞닿아 형성된 평야지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노량진과 양화진의 두 큰 나룻터가 아래 위로 있었고, 지금의 여의도 샛강을 지나 마포로 건너가는 통로인 방아곶이 나루도 있었다.

그러다가 대한제국 말기 신식 교통수단인 철도가 이곳을 지나고 영등포역이 설치되면서부터 영등포는 일약 교통의 중심지가 되고 물화(物貨)의 집산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철도가 가져다 준 영광과 그림자
제물포와 노량진을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 경인선이 1899년에 개통되고, 1905년에 서울~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선의 기공식이 서울의 영등포와 부산의 초량에서 있었으니, 경인․경부선의 합일지점이 되는 영등포는 처음부터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 길은 1960~70년대 한국 산업화의 길이 되었고, 산업의 중심지 영등포는 명실공히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주역이었다.

한편 경부선 철도는 영등포의 번영을 이끌어 온 동시에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남겼다. 영등포를 남북 2개 지역으로 갈라놓아 120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단절의 고통을 주어왔다. 또한 소음, 진동, 개발 규제 등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고, 아직까지도 지역 개발을 막는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부선 지하화 추진의 신호탄
2023년 1월, 국토교통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시 ‘철도 지하화 특별법 발의’ 계획을 공개하면서 그 동안 구호로만 무성하던 경부선 지하화 추진이 드디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다.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지상철도 지하화 특별법’(가칭)을 제정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서울시의회는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 특위’(13명)를 구성하여 도시경쟁력 확보, 생활환경 및 도시미관 개선을 위한 철도 부지 상부 개발방안 마련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영등포 구간인 대방역 ~ 신도림역까지 관통하는 철도 3.4km 구간을 지하화하면 지상 유휴부지는 녹지공간, 문화시설, 4차산업 유치 등의 다양한 복합시설․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구간이 지나는 신길1동, 신길7동, 영등포본동, 영등포동, 문래동, 도림동 등 6개동 모두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여의도-영등포역-신도림을 잇는 구간은 지역 통합을 넘어 영등포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발전할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좋은 모범사례
철도 지하화는 국토부에서, 지상부 개발은 서울시가 자치구 의견을 반영해 추진할 것이므로 구민의 상상력을 총 동원하여 서울 3대 도심 영등포의 위상에 걸맞도록 첨단 산업 유치와 녹색 공간, 문화시설 조성 등을 위한 청사진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철도 지하화의 핵심은 철로를 걷어낸 자리와 주변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데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2003년 7월, 청계고가 철거를 시작으로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부터 성동구 신답철교까지 약 5.8km 구간을 복원한 사업으로, 이 사업의 핵심 역시 ‘자연성 회복’과 ‘주변 개발’에 있었다. 지금 청계천을 한번 보라. 낙후된 저층 상가 밀집지역이었던 청계천 주변의 상가는 재개발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상권이 활기를 되찾았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단순히 하천복원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권의 활성화를 시작으로 강북권까지 그 파급력이 확대된 사업으로, 해외에서도 극찬을 받으며 도시 경쟁력을 높인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오사카시는 시민단체, 전문가, 행정공무원 등이 하천, 강, 바다 등을 활용한 ‘물의 도시 오사카 사업’에 참고하기 위해 청계천 사업을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철로변 청사진 마련 위한 예산확보 시급
영등포구는 선제적으로 철로변 지상과 주변부 개발방안 마련 용역을 위해 예산 3억을 편성하여 작년 가을 구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영등포구의회는 작년 말 본예산안 심의시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3억 원 전액을 삭감(2022.12.)했는데, 보름 뒤인 2023년 1월 초 국토부에서 철도 지하화 특별법 발의를 발표했다. 또한 구의회는 2023년 6월 추경 예산안 심의에서 ‘서울시에서 할 것’이라는 이유로 3억 원 전액을 삭감하였다.

‘서울시에서 할 것’이라니! 영등포의 미래를 어찌 남의 손에 통째로 맡긴다는 말인가! 정부와 서울시의 본격적 추진에 앞서 미래 환경변화에 걸맞는 우리구의 미래상을 미리미리 그려서 적극 건의해야 주민의 뜻을 반영할 수 있으므로, ‘경부선 일대 종합발전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구의회의 전향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영등포 대전환의 시작
앞으로 경부선 철도 상부와 그 주변공간은 구민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풍요로운 삶을 위한 공간으로, 또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문화도시 위상에 걸맞은 문화‧휴식 공간 조성, ▲산이 없어 녹지가 부족한 영등포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텐트 치고 별을 볼 수 있는 도심 속 대규모 녹지 조성, ▲젊은이들을 위한 창업공간 마련, ▲4차산업 관련 기관 유치 등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영등포역 일대의 경우 철도의 폭이 넓어 더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영등포는 지금 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120년 동안 영등포를 둘로 나눴던 ‘철의 장막’ 경부선이 지하로 내려가고 비로소 하나의 영등포로 합쳐질 기회가 왔다. 문화 인프라가 열악한 영등포에 한류문화의 메카가 될 ‘제2세종문화회관’과, 구민들이 자유롭게 향유할 ‘영등포예술의전당’이 들어서면, 명실상부한 서울시 유일 법정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튼튼히 할 수 있다.
서울시 전체 준공업 지역의 25%를 차지하는 영등포는 장차 4차 산업 일자리 중심의 첨단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동안 지지부진 했던 재개발·재건축이 속도를 더한다면 서울 3대 도심에 걸맞는 명품 주거단지로 재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지금 당장 성과를 수확하고 업적을 남기려 하기 보다는, 영등포가 일자리‧주거‧문화‧녹지가 어우러진 미래형 꿈의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씨를 뿌리는 노력이 중요하다. 역동적이고 더 젊은(young) 영등포의 미래를 위해 구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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