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진실, 성적만능주의의 사고틀을 바꿔야 한다
  • 입력날짜 2012-12-01 0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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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와 숫자놀음이 교육의 전부인가?
윤명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
윤명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
조선일보는 2012년 11월 30일 사회면에「年2억 들인 혁신학교 성적, 주변 학교보다 부진」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기사는 교육과학기술부의 2012년 국가 수준 초·중·고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전국 73개 혁신학교(중․고교)의 성적 향상도가 과목별로 해당 시·도 학교 학생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도하면서 혁신학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는 오히려 혁신학교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현대사회가 과거와 같이 성적위주의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지 않음에도 왜 교육만은 아직도 과거와 같이 성적에 따른 서열화를 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혁신학교의 수업방식이 어떠한지, 혁신학교를 지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의 기본적이 사실조차도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

2011년 우리사회는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정의란 무엇인가」에 열광했었다. EBS에서는 신년기획으로 편성하여 강의를 방영하였는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에 매료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마이클 샌델식의 강의에 접목한다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가령, “칼네아데스의 판자”를 예로 들어보자.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표류하는 구명보트에 탄 4명의 선원이 죽어가는 17세 소년을 죽여 생명을 연장한 얘기가 나온다. 무사히 구조된 4명에 대하여 판결을 해야 한다면, 현재와 같은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어떤 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상위권의 학생들이 제시한 답이 옳은 답이라 할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입시위주, 성적만능주의의 학교교육으로는 아마도 답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고의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변화시켜야 한다. 혁신학교는 이러한 교육현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교육기회의 균등과 교사의 수업 역량 증대 등 많은 장점을 하나의 통계로 묵살해서는 안 된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이 교육이 아님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성적위주, 경쟁위주의 사고를 탈피하고 있지 못하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면서도 정작 교육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교육이 변해야 사회가 변할 수 있다. 좁은 교실에 학생들을 가두어 두고 속박하듯 지도하는 시대가 아니다.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학급당 인원을 감축함으로써 교사의 수업역량을 강화하며 수업권을 보장하고 학생의 인성을 함양하는 등 혁신학교가 제시하는 비전은 우리나라 교육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로 모든 학교의 혁신화가 이루어진다면 더 이상 혁신학교라는 말조차도 필요치 않게 될 것이다.

혁신학교가 도입된 지 불과 3년이다. 제도가 정착되기에 다소 부족한 시간이었을 지라도 과거와 같이 성적만능주의의 잣대로 판단하려는 것은 옳은 시각이 아니다.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을 학교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우리는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경제논리, 경쟁논리, 이념논리 등의 구시대적 사고가 아닌 교육적 가치가 반영된 진정한 교육의 혁신을 이루어 나아가야 할 때이다.

윤명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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