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칼럼] 교장자격증제 폐지, 공모를 통한 교장임용 등 교원승진제도 혁신해야
  • 입력날짜 2018-02-13 16: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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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전 서울시교육위
김형태 전 서울시교육위
교장자격증제 폐지, 공모를 통한 교장임용 등 교원승진제도 혁신해야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 정책’을 내놓자, 한국교총은 전면전을 선언, 청와대와 교육부 앞에서 연일 집회와 학교별 릴레이 규탄대회를 열고 50만 서명운동을 목표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총의 행태는 교육계를 넘어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지난 2010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575개 초중고 교원과 학부모 1만 1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교장공모제 성과분석 및 세부 시행 모형 개선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교육발전기여도’ 8개 항목 모두에서 교장공모제 유형 가운데 ‘내부형’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원과 학부모 모두 해당 모든 항목에서 1등을 준 것이다. 그만큼 기존의 교장 선발제도에 대한 불신이 컸다는 방증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올해 전국의 교원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장공모제 찬성 의견이 70%에 달했다. 특히, 한국교총 소속 교사 절반도 이 제도에 찬성했다. 교사 대다수가 교장공모제를 원치 않는다는 교총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현행 교원 승진 점수 체계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경력점수’ 시간 지나면 누구나 만점 받는 변별력 없는 점수이며, 교장능력과 무관하다. 둘째, 신규교사 발령 후 5년 내 받는 ‘연수성적 점수’로 20년 후 교장 될 가능성이 좌우되는 것은 부당하다. 셋째, ‘근무성적 점수’는 학교장과 교육청이 좌지우지해서, 상급 관청의 행정 요구에 부응하는 행정중심조직으로 학교가 변질되고, 학생들 속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진정한 교육현장의 내실화가 어렵다. 넷째, 실질적인 교원승진 경쟁은 ‘가산점 점수’에서 이루어지는데, 지나친 경쟁 과열로 교사 간 갈등이 조장되거나 역차별과 무임승차의 문제도 일어나는 등 허점이 많다. 다섯째, 점수 때문에 기피지역 및 학교에 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이에 대한 보상을 주는 것과 교장승진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가산점을 얼마나 잘 관리했느냐보다 실제 학교장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여섯째, 필요한 가산점을 따고 나면 그 학교를 떠나기 때문에 그 지역의 학교가 갖는 구체적 교육 과제를 주인의식을 갖고 풀어낼 역량과 지속성, 전문성을 갖지 못한다.

오늘의 공교육이 학부모들과 국민에게 외면받는 핵심 이유는 이런 방식으로 교장을 뽑는 제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1월 29일 좋은교사운동 발표에 의하면, 일선 학교 교사들 84.3%도 현재의 교장 승진제도에 부정적으로 응답하며 새로운 교장 선발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원 전문성 보장을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교원의 사기 높여야

의사, 교수 등 다른 전문직의 경우, 승진하거나 원장(학장, 총장)이 되기 위해 별도의 시험을 보지 않는다. 그러나 거의 유일하게 초중고 교원의 경우, 승진이나 교장을 하기 위해서는 ‘장학사 시험’이라는 별도의 시험을 봐야 한다. 현행 승진형 교장제는 학생 등 학교구성원의 의사를 배제한 채 일정한 승진점수를 얻은 교원이 승진하는 구조이다. 이런 구시대적인 승진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우리나라뿐이다.(어떤 의미에서 좋은 교사, 잘 가르치고 생활지도 잘 하는 훌륭한 교사는 승진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직업만족도 1위가 초등학교 교장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는 ‘교장 왕국’의 비민주성을 알려주는 사례이다. 이제 미래지향적 교육철학과 리더십을 가진 교장을 선발하여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학교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유치원 원장, 학교장, 교육장 등에 대한 선출 공모제 전면 실시가 필요하다(교장자격증제도 및 그에 기반을 둔 초빙형 공모제는 축소 또는 폐지). 아울러 교장(및 교감)의 명칭, 대우, 임기 등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교사 측면에서 보면, 입시 위주의 교육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다. 교육전문가가 아닌 단순한 지식 전달자로 전락하였다는 생각에 심한 무력감 속에서도, 학생들에게 성적과 대학진학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수시로 자괴감에 빠진다.

그 나라 교육의 질은 그 나라 교사들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와 사정으로 현재 우리나라 교사들의 어깨가 축 처져 있고 사기는 곤두박질치고 있고 명퇴신청은 급증하고 있다. 교사는 엄연히 전문직임에도 전문성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이다. 획기적인 대학 서열화 완화, 입시위주의 경쟁교육 완화 못지않게 교원의 승진제도 개혁 또한 시급하다. 교육 주체인 선생님들에게 신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교단문화를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학교가 살고, 한국 교육이 살아난다.

물론 교사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선호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정작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높지 않다. 우리나라 교사의 직업 만족도를 조사해보니,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4명은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교육열이 가장 높다는 우리나라에서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가장 낮다는 것은 불행 아닌가?

솔직히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선생님들의 어깨가 축 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말 못 할 고민도 많고, 심한 무력감과 자괴감에 빠지지만, 그렇다고 어디에다가 대놓고 하소연할 데도 없어 체념하거나,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앓이만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교원은 무늬만 전문직이다. 이제 실질적으로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 담임 및 업무배정도 현행 2월 말이 아닌 1월에는 해야 하고, 신규교사 임용도 3월 2일이 아닌 최소한 2월 1일에는 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들에게 교재선택권, 평가권 등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

교장공모제는 현재 자율학교와 혁신학교에서만 시행되고 있는데, 이 제도를 일반학교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 아울러 이제는 교장 공모제뿐만 아니라 교감공모제, 교육장 공모제 등도 실시하는 등 이번에 후진적인 교원승진 제도 확실하게 혁신해야 하지 않을까?

김형태 교육정책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영등포시대신문 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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