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학폭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야
  • 입력날짜 2018-03-15 08: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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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전 서울시교육위원
김형태 전 서울시교육위원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력, 감금, 협박, 약취 · 유인, 명예훼손 · 모욕, 공갈, 강요 · 강제적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행동 모두를 ‘학교폭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학생폭력’으로 용어를 정정해야 옳다.(그러나 학교폭력이 법률용어이기에 이글에서는 학교폭력이라 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학교폭력, 교사와 학부모 모두 왜 피하려 하는지 교육당국은 알아야 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학부모 위원의 구성과 위촉의 어려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원이 10인이면 학부모 위원은 6인 이상, 위원이 9명이면 학부모 위원은 5인 이상 두어야 한다.” 이것이 학부모 위원 구성 근거이다. 학부모 위원은 학부모 전체회의나 학급별 대표로 구성된 학부모 대표 회의에서 재위촉 또는 선출하여야 하며, 학부모 위원은 해당 학교의 학부모이어야 하므로 학생이 졸업하는 경우 학부모 위원의 지위를 상실하므로 새로운 위원을 선출하여야 한다.(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3조 및 동법 시행령 제14조)

그런데, 학부모 위원의 구성과 위촉이 쉽지 않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학부모 위원 위촉을 학기 초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고지하지만, 이것을 보고 위원으로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학부모 대부분이 전문성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학생 징계에 학부모들 자신이 당신의 자녀들 처벌을 위해 나서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학교에서는 학기 초 학부모 총회를 통해 구성하고자 하지만, 역시 선뜻 나서는 학부모가 없으므로 대다수 학교에서는 구성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거의 반강제적으로 요청하고 이를 학부모가 수용하면서 학부모 위원 구성 요건을 겨우 맞추고 있다.

따라서 학부모 위원 수를 줄이고 법률적 지식이 있는 지역사회 시민을 자문위원으로 구성하는 등 개선이 시급하다. 다시 말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이 10명인 경우 학부모 위원을 6명에서 3명 정도로 줄이고, 줄어든 학부모 위원의 자리에 법률적 지식이 해박한 지역사회 시민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방법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역사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에게는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회의 참석률과 연말 활동평가를 통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경우, 국가 차원에서 보상책을 제시하여 위촉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마을공동체인 지역사회가 학교폭력에 대해 함께 관심을 두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학교폭력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구청 등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자문단 활동을 하는 지역위원에 대해서는 교육감이나 지자체장의 위촉장 수여방식도 위촉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학폭위 위원의 전문성 결여 문제이다. 학부모위원이나 학교의 교사들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교육청에서는 학부모위원들에 대해 연수를 진행하며 법률적인 내용을 전달하지만, 학생들 개개인의 사안이 매우 다양하게 발생하는 현실에서 이를 학부모가 법률적인 잣대로 적용하고 판단하기에는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마치 들러리로 인원을 채우기 위한 참석이 지속하고 있으며, 단 한마디의 발언도 하지 않고 회의참석 후 귀가하는 학부모 위원도 많다. 따라서 교육청은 학부모 위원의 연수를 연 1, 2회에서 연 3, 4회 이상으로 운영하는 등 전문성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생활지도부장’은 기피 업무 1호

학생폭력 문제는 교사 개인이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단위 학교에서 감당하기도 임계점을 넘어섰다. 어느 순간부터 이른바 ‘생활지도부장’은 기피 1호다.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 학년이 되면 생활지도부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학교도 많다.

그럼 왜 교사들이 학교폭력 업무를 맡으려 하지 않을까? 일선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보통 12건의 기안을 하여 결재를 받고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생활지도부장이나 학폭 담당교사는 사실상 수업연구를 하거나 수업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없다. 학교폭력 1건에 학생 면담, 학부모 면담 등 각종 사안을 조사하고 처리를 해야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므로 수업연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학교폭력은 기간과 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밤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집에 업무를 가져가서 처리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학교에서의 공간은 출근과 동시에 쉴 여가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만약에 1주일에 학폭이 2건 발생하면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가 된다. 교육청의 학교업무 정상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

특히 학년 초 업무 분장 시에는 모든 교사가 피하는 부서이고, 생활지도부장을 누구나 피하는 자리이므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 필요하다.

더구나 근래에 와서는 학교 안전이 부각되면서 안전담당업무가 함께 내려와서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교육청에서는 안전 담당 부서를 따로 신설하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는 가용 부장의 자리가 없으므로 생활지도부서에 안전업무까지 담당하도록 만들어 ‘안전생활교육부’라는 별칭의 부서가 생겨났고, 이에 대한 공문이 폭주하면서 안전업무까지 책임져야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학교의 안전부서와 생활지도부서의 결합 폐지 및 안전부서 신설과 안전부장 임명이 시급하다. 사실상 안전업무를 생활지도부서에 결합하도록 한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을 폐지하고 진로진학부장 신설과 같이 별도의 안전부서의 신설과 안전부장을 임명하도록 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학생생활지도업무와 안전업무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현재 많은 학교에서 안전업무 또한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한 목소리로 각 학교의 학폭 사안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달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사안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 더 전문적인 사람들이 학교폭력 사안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11개 교육지원청별로 학교폭력업무 경험이 많은 담당 교사와 장학사, 법률전문가들로 학폭전문업무팀 구성하여 운영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각 단위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심의와 결과를 둘러싼 갈등과 시비도 줄어들 것이고, 일선 학교의 부담도 크게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에게 좋은 이 바람직한 제도를 왜 교육청은 시행하지 않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영등포시대 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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